한국일보

연방 검찰 한인 여성 고위급 검사… 트럼프 보복성 인사에 사임 ‘파문’

2025-09-29 (월)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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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야 송 VA 부검사장
▶ ‘코미 불기소’ 의견 빌미

▶ 강등 후 사실상 해고돼
▶ 법조계 “정치보복” 비판

버지니아 동부 연방검찰(EDVA)의 마야 송(48) 제1부검사장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돌연 평검사로 강등되는 전례 없는 인사를 당한 뒤 결국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와 한인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송 전 부검사장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기소 검토 과정에서 ‘불기소’ 의견을 냈는데, 이에 따른 정치적 보복이라는 논란이 거세다.

온라인 매체 홈랜드 시큐리티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EDVA의 에릭 지버트 검사장은 지난 20일 직위를 떠났으며, 그의 최측근 부검사장인 마야 송도 함께 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21일 이들이 해고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코미 같은 범죄자를 비호한 검사들을 해고했다”며 “정의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애덤 시프 연방 하원의원,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등 다른 사람들도 기소 대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정적 숙청을 공언했다.

송 전 부검사장은 2013년 EDVA에 합류한 이후 사이버범죄 담당 검사, 사이버범죄 수사부장, 형사부 부부장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제1부검사장(First Assistant U.S. Attorney)을 지냈다. 그는 연방 법무부 본부에서도 리사 모나코 전 법무차관실에서 근무하며 핵심 경험을 쌓았고, 국가안보와 사이버범죄, 조직범죄 수사 분야에서 10년 넘게 활약해 온 엘리트 검사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 대한 형사 기소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17년 갈등 끝에 해임된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가 줄곧 ‘정적 1순위’로 지목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EDVA 수뇌부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결론을 내렸고, 송 전 부검사장 역시 같은 판단을 제시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지버트 검사장을 압박해 사임하게 만든 뒤, 자신의 변호인 출신인 린지 할리건을 신임 검사장으로 임명했다. 곧바로 송 부검사장에 대한 강등 인사가 단행됐고, 송 검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소셜미디어에 다시 글을 올려 “제임스 코미를 기소하기를 거부하고 저항한 경력 검사 마야 송이 법무부에서 해고됐다”고 밝혔다.

연방검찰 내부에서는 충격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현직 검사는 “지버트 전 검사장과 송 전 부검사장은 정치적 판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들을 하루아침에 밀어낸 것은 법무부 독립성을 훼손한 전례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역시 이번 사태를 ‘명백한 보복’으로 규정한다. 한 전직 연방검사는 “그의 강등과 사임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의 중립성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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