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크라 공습에 러 접경도시 ‘암흑천지’…전쟁 이후 첫 사례

2025-09-28 (일) 0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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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키이우 12시간 600여차례 폭격…폴란드까지 비상경계

▶ 美, 우크라에 ‘장거리 정밀타격’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검토

우크라 공습에 러 접경도시 ‘암흑천지’…전쟁 이후 첫 사례

러시아의 공습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주택가 [로이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민간인이 많은 도시를 겨냥한 공습으로 전쟁의 참화를 더했다.

dpa,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시를 폭격해 정전사태를 촉발했다.

주택 수천호가 저녁에 불이 꺼지면서 광범위한 지역이 암흑천지로 변하고 일부 주민은 승강기에 갇히기도 했다.


러시아에 발생한 이 같은 대규모 정전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라고 dpa 통신은 보도했다.

단전사태는 벨고로드의 열병합 발전소가 미사일에 폭격받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해당 시설에서 큰 폭발과 함께 연기구름이 피어오르는 영상이 올라왔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정전이 심각하다"며 공습경보가 아직 유효하니 지하실로 피하라고 주민들에게 촉구했다.

벨고로드 주의 주도인 벨고로드 시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0㎞ 떨어진 도시로 인구는 30만명 정도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보급에 타격을 주기 위해 벨고로드를 주로 드론으로 공습해왔다.

러시아는 이날 밤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드론, 미사일 600여발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드론 595발, 미사일 48발을 발사했으며 드론 568발, 미사일 43발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습이 12시간 넘게 지속됐다며 4명이 죽고 80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공습 지속시간이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단행된 것들 중에 아주 긴 편이라고 주목했다.

우크라이나와 동쪽으로 국경을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폴란드는 자국 내 접경지 피해를 우려해 러시아의 공습이 잦아들 때까지 전투기를 동원하는 등 비상 경계태세를 가동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대공무기, 해상무기, 비행장 등 드론 기반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러시아는 민간 시설을 광범위하게 파괴해 민간인 수천명을 죽였지만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의혹을 부인해왔다.

러시아의 거듭된 공습과 그에 따른 민간인 참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감은 점점 커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고수해온 친러시아 행보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의 승리, 영토수복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리한 전세를 유지하려고 종전협상을 사실상 회피하며 시간끌기를 지속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장거리 정밀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내줄지 말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호크는 사거리가 2천500㎞에 달하며 그간 미군의 다수 표적 공습에서 정확도와 위력이 검증된 무기다.

러시아 본토 타격 필요성을 주장해온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이 토마호크를 사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

밴스 부통령은 "유럽에서 요청이 다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해 제안의 실현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토마호크 지원이 결정되면 이를 확전을 자극하는 도발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거부하거나 공급하더라도 사거리를 제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확전 우려 때문에 신중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혈세 낭비로 보고 논의에 아예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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