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FBI 수배 첫 女테러리스트’ 美흑인 활동가 쿠바서 사망

2025-09-26 (금) 01: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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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팍 대모’ 샤커, 1973년 경찰관 살해 후 탈옥…아바나서 망명 생활

‘FBI 수배 첫 女테러리스트’ 美흑인 활동가 쿠바서 사망

Joanne Deborah Byron, also known as Assata Shakur, a former member of the Black Liberation Army, in a series of photos released by the U.S.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REUTERS

미국의 과격 흑인 권익옹호 단체에서 활동하던 중 경찰관을 살해하고서 쿠바로 도피한 무장 운동가가 아바나에서 사망했다고 쿠바 정부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쿠바 외교부는 이날 "2025년 9월 25일 미국 시민 조앤 데버라 바이런, '아사타 샤커'가 건강 문제와 고령으로 인해 쿠바의 아바나에서 숨졌다"는 내용의 한 줄짜리 짧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향년 78세.

'아사타 샤커'라는 활동명으로 유명한 고인은 미국 흑인 단체인 블랙팬서 당(Black Panther Party·흑표당)과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등을 거치며 과격한 흑인 해방 운동을 펼쳤다.


그는 특히 동료 2명과 함께 1973년 5월 미국 뉴저지에서 고속도로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과 총격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베르너 퍼스터 경관을 살해한 죄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샤커는 그러나 면회객으로 위장해 교도소를 습격하고 교도관을 인질로 잡은 흑인해방군 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1979년 11월 탈옥한 뒤 5년 뒤인 1984년 쿠바 아바나에서 건재함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당시 쿠바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샤커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샤커는 이후 쿠바에서 집필해 초판 출간한 저서('아사타:자서전')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총을 쏘지 않았다"고 항변하면서 "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며, 승리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적어 미국 내 흑인 인권 활동가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미 FBI는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3년에 샤커를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테러리스트 수배자 명단에 올리면서 "그는 잔인한 수법으로 경찰을 살해한 탈옥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샤커에게 걸린 체포 보상금(현상금)은 200만 달러(28억원 상당)였다.

미 CNN방송은 "쿠바 거주 기간 동안 샤커는 책을 쓰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했으며, 자신의 송환을 강요하는 미국 정부 노력을 조롱했다"며, 그를 수배하기로 한 FBI 결정 배경을 소개했다.


샤커의 글은 최근 몇 년 동안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에 구호가 되기도 했지만,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주장이라는 반대파의 지적도 있었다고 AP는 짚었다.

고인은 미국 힙합 음악계 아이콘으로 꼽히는 투팍(1971∼1996)의 대모(godmother)로도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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