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상이나 ‘경기 중 실신’ 같은 악재들을 이겨내고 3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오른 찰리 헐(잉글랜드)은 “고통은 정신적 나약함일 뿐”이라며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헐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해밀턴타운십의 TPC 리버스벤드(파72)에서 열린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 몇 년 준우승이 많았고, 최근 몇 주에도 AIG 여자오픈과 이후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 대회에서 준우승했는데 그 끝에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헐은 이날 4라운드까지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쳐 지노 티띠꾼(태국)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축배를 들었다.
2022년 10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이후 약 3년 만에 찾아온 헐의 LPGA 투어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올해 들어서 불운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던 헐에게는 더욱 값진 트로피였다.
그는 7월 에비앙 챔피언십 경기 중 두 번이나 쓰러진 끝에 기권했고 지난달에는 주차장에서 넘어져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헐은 “에비앙 대회 몇 달 전엔 박스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했는데, 이후 나아지지 않아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니 근육이 찢어진 자리에 낭종이 자랐다더라. 척추는 건강하지만, 관리를 해줘야 하는 상태”라고도 밝혔다.
그는 “발목 부상의 경우 최대 9주 정도 쉬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3주 만에 회복해 경기에 나섰다”면서 “2주를 쉬고서 집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지난주엔 공을 매우 많이 쳤는데,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헐은 부상이 있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 더 좋은 골프를 친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평소엔 머리가 ‘100마일’로 달린다면, 아플 때는 차분해진다. 기대치와 활동량도 줄이고 스스로 부담을 덜 준다”는 설명이다.
이어 헐은 “고통은 마음의 나약함일 뿐이다. 다리를 못 움직이거나 침대에서 못 일어날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움직일 수 있다면 그냥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17번 홀(파4)까지 티띠꾼에게 한 타 뒤진 2위로 패색이 짙던 헐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티띠꾼과 나란히 투온에 성공하며 연장전에 가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티띠꾼이 길지 않은 버디 퍼트에 이어 파 퍼트까지 놓치는 실수로 보기를 적어냈고, 헐은 버디로 마무리하며 극적으로 순위가 뒤집힌 채 경기가 마무리됐다.
헐은 “마지막 홀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약간 충격적이었다”면서 “마지막 퍼트를 앞두고 긴장감에 손이 떨렸다. 약간의 놀라움과 아드레날린 등 여러 감정이 한 번에 올라왔다”고 되짚었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압박감 속에 그렇게 많은 대회를 우승했는지 모르겠다”면서 “1피트가 10피트처럼 느껴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티띠꾼이 시즌 2승을 코앞에서 놓치며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선 2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 명도 ‘다승’을 거두지 못했다.
헐은 “LPGA 투어가 얼마나 강해졌고 선수층이 얼마나 두꺼운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어 자체가 탄탄해졌기에 우승하기도 어려워졌다”면서 “매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목을 관리해야 해서 무리하지는 않겠지만, 가뭄을 풀었으니 이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인터내셔널 크라운과 한국 대회(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안니카 드리븐, 투어 챔피언십까지 이어져서 무척 신난다”며 다가올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