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대표·추미애 법사위원장 직격…대통령실은 “입장 없다·이유 돌아보자는 데 공감”
▶ 대법원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깊은 침묵’…일각선 “나쁜 선례”·”노골적 삼권분립 침해”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해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법원 내부에선 당혹감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 속에도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직격했다. 정 대표는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추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한 입장 질의에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출근길에 '사법개혁' 입법 추진과 관련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이날 오전에는 취재진에 별다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법원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비롯해 언급 자체를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법원 내부에선 사법부 수장을 향한 노골적 사퇴 압박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도권 법원에서 일하는 한 판사는 "이게 시대적 요구인 건가 싶으면서도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 건지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사법개혁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일련의 발언을 두고 "노골적 삼권분립 침해"라며 "법사위원장 얘기에 대통령실에서 화답하고 당 대표까지 얹은 건데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앞으로 더한 요구들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결국 (내란 사건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뿐 아니라 대법원장까지 대놓고 나가라는 건데, 이렇게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면 너무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5월 법원 내부망에 올라온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글을 인용한 데 대해서는 사법부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색 이력을 지닌 김 부장판사는 당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글을 썼는데, 이날 정 대표는 이 내용을 언급하며 "조 대법원장이 이미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고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평가가 그때 있었다. (조 대법원장은)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사법부 내부에서도 공감되지 않았던 특정 판사를 언급하는데 일반적 판사들의 의견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99%의 판사들은 조심하느라 글을 쓰지 않을 뿐"이라며 외부에서 사법부를 향하는 일련의 발언들에 우려를 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