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유·철강 등에 차등 적용… “중국산 경차에 최대 50% 부과”
▶ ‘기업·일자리 보호’ 트럼프식 명분 내세워… “中견제 원하는 美압박도 작용” 관측

멕시코 만사니요 항구 전경[로이터]
멕시코 정부가 자국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를 대(對)중남미 최대 교역국으로 둔 한국산 제품 역시 품목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경제부 장관 연설문 속기록과 정책 설명 자료를 보면 멕시코 정부는 국가 경제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17개 전략적 분야에서 1천463개 품목을 선정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의 관세를 차등해 부과할 예정이다.
17개 전략적 분야에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가구 등이 들어가 있다.
이들 분야에 속하는 1천463개 품목에 대해서는 현재 0∼35%대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상향할 예정이라고 멕시코 정부는 밝혔다.
이번 조처는 멕시코 전체 수입품의 8.6%가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현지 당국은 추산했다. 금액으로는 520억 달러(72조원 상당)다.
멕시코 정부는 특히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입 경차에 50%의 관세를 매긴다고 부연했다.
관세 부과 대상국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라고 멕시코 정부는 적시했다.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를 보면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국가는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칠레, 파나마, 우루과이 등지로 확인된다.
다시 말해 멕시코를 대(對)중남미 최대 교역국(2024년 기준)으로 둔 한국도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지에서는 멕시코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태국, 튀르키예 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멕시코는 교역국 간 가장 기본적 프레임워크인 투자보장협정(2000년)을 맺기는 했지만, 이는 관세를 방어할 논리를 담고 있지 않다.
양국은 이에 2006년께부터 FTA 관련 협의를 이어왔으나, 현재는 동력을 상실한 채 교착 상태에 있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관세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주장과 비슷한 "멕시코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기업 및 일자리 보호"를 논리적 명분으로 내세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처가 다분히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틀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제한하도록 멕시코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 수출 통로로 멕시코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도 포함된다고 일부 외신은 전했다.
멕시코 내부적으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도 관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멕시코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19.9%를 차지한다. 수입액 규모는 1천219억 달러(169조원 상당)다.
반면,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88억 달러(12조원 상당)에 그쳤다. 적자 규모가 1천131억 달러(157조원 상당)를 넘는다는 뜻이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누에보레온주(州) 몬테레이에서 열린 중소기업 박람회에서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우리 기업과 산업군을 보호 또는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관세 정책의 불가피함을 주장한 뒤 "(수입) 대체품이 없다면 관세를 매기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새로운 수입 관세 방안을 포함한 2026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700억 페소(5조원 상당)의 세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멕시코 정부는 추산했다.
멕시코 2026년도 예산안은 정부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 상·하원은 모두 여대야소 지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