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연루 의혹 인수 주관사·감사법인 겨냥

워싱턴DC 증권거래위원회 [로이터]
미국의 증권거래 당국이 중국계 기업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증권 사기 단속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에 기반을 둔 게이트키퍼, 특히 회계감사 법인과 인수 주관사 등 전문직 서비스 업체들을 단속하기 위해 지난주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할 때 그 통로 역할을 해주는 전문가 집단인데, 중국 등 외국계 기업과 공모해 잠재적 증권 사기 범죄를 거들었다는 것이다.
FT는 앞서 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 새 나스닥에 상장된 일군의 중국 소형주에 투자했다가 수십억달러(약 수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중적으로 홍보됐는데, 속칭 '펌프앤드덤프'(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뒤 비싼 값에 주식을 전량 매도하는 사기) 사기를 벌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SEC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당국이 '빌지(bilge) 브래킷'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며 "이 사안은 국가안보의 문제이며 그게 바로 SEC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빌지 브래킷은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같은 거대 투자은행을 가리키는 '벌지(bulge:튀어나온·두드러진) 브래킷'을 비틀어 만든 조어다.
벌지 브래킷은 금융거래 공고문에 주관사들 명단을 적을 때 이들 은행이 두드러져 보이도록 더 큰 글자로 인쇄되던 관행에서 나온 표현인데 발음은 비슷하지만 '배 밑바닥'이란 뜻의 빌지로 바꿔 조롱의 뉘앙스를 담은 것이다.
월가 분석가와 학계에선 오래전부터 이런 일군의 소규모 인수 주관사와 회계감사 법인, 법무법인이 펌프 앤드 덤프 사기의 매개로 이용되는 외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멜버른대의 이안 가우와 독립 연구자 스티븐 워커가 202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인수 주관사와 회계감사 법인 집단이 상장에 관여한 나스닥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현저히 나쁜 수익을 안긴 것으로 나타났다.
워커는 "월가를 깨끗이 정리하려고 한다면 펌프앤드덤프를 가능하게 하는 인수 감사인과 회계감사 법인을 추적해야 한다"며 수십억달러가 불타 날아갔다"고 말했다.
나스닥도 최근 이런 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중국 기업들의 경우 상장하려면 최소 2천500만달러(약 348억원)의 공모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