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흔들리는 국제 질서, 한국의 선택

2025-09-05 (금) 12:00:00
크게 작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외교는 전통적 동맹을 뒤흔드는 모습으로 요약된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우방국에 대한 일방적 관세 부과와 무역 분쟁은 단순한 경제적 압박을 넘어 안보와 외교적 신뢰까지 흔들며,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균열을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 탈퇴, 세계보건기구(WHO) 이탈, 미국국제개발처(USAID) 프로그램 축소 등 다자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조치를 연이어 내놓았다. 여기에 나토 회원국을 향한 방위비 분담 압박과 집단방위 의무 불이행 경고는 동맹 내부 불신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에 EU는 독자적 안보 구조를 강화했고, 동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미국 의존의 지속 가능성을 재검토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틈을 타 북·중·러의 연대는 66년 만에 가장 긴밀해졌다. 최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에는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군사·경제·외교 협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전략적 위상을 높였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담 속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했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외교적 주도권을 과시하며 북·중·러 삼각 연대의 중심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미국의 ‘동맹 균열’ 정책으로 동맹국들이 자율적 전략을 모색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북·중·러 연대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은 단순한 대응을 넘어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북한·러시아와의 현실적 외교를 병행하는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일 협력을 통해 지역 안정과 억지력을 유지하되, 경제·외교 다변화를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선택을 미뤄서는 안 된다. 동맹과 전략적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체적 전략을 마련하고, 불확실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설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