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착잡한 감정이 교차하였다.
우선 지난 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박대와 수모를 당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남아공 라마포사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다.
회담이 열리기 불과 두어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느닷없이 소셜미디어에 ‘숙청’, ‘혁명’, ‘교회와 미군부대 압수수색’ 등 강한 어조로 한국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올려 불길한 예감이 들게 하였다.
그러나 회담은 예상 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직되었던 회담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였다. 그는 우선 트럼프에 의해 리모델링된 백악관 집무실의 황금빛 인테리어를 가리키며 마치 부강한 미국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칭찬하였다.
이대통령은 또한 다우존스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두둔하더니 이어 트럼프와 김정은의 친분관계를 거론하며 트럼프야말로 한반도에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틈만 나면 김정은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트럼프의 속내를 파고든 것이다.
이대통령의 트럼프 예찬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를 건설하여 그곳에 가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또한 트럼프의 노벨평화상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야말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피스메이커이며 자신은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이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1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조선분야 협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사업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하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상급 찬사에 굳어져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이 점차 펴지더니 나중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좋은 사람’, ‘훌륭한 한국의 지도자’라고 칭찬하였다.
자칫 재앙으로 치달을 뻔 했던 정상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것은 분명히 이재명 대통령의 공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아무리 세계 최강의 미국 대통령이지만 그 앞에서 시종일관 아첨에 가까운 찬사만을 쏟아내는 것은 일국의 지도자로서 취할 품위있고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를 나눈 동맹관계인 양국의 우호를 진정으로 증진시키고 돈독히 하는 것은 입바른 찬사와 아첨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양국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을 듣고 잠시 기분이 좋아졌을 지는 몰라도 현재 한국에서 다수여당과 특검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무차별적인 압수 수색과 정치보복에 대해서 이대통령의 몇마디 설명으로 그가 갖고있는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북핵문제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치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정은과의 세차례 만남에서 과연 무엇이 해결되었는가. 회담 후 북한은 오히려 핵능력을 더욱 더 증강해 왔다.
북한 핵문제는 정상간의 회담이나 비핵화 선언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문재인 전대통령이 벌인 비핵화 사기극을 이재명 대통령이 또다시 되풀이하려 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회담의 결과를 나름대로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다소 야박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교언영색(巧言令色), 아첨과 알랑만으로 가득 찬 ‘속 빈 강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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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