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흥민 신드롬’ LA 달군다… 첫 골·첫 홈경기 ‘광풍’

2025-08-25 (월)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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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경기 티켓 4배 폭등
▶ 한인들 단체관람 열기

▶ LAFC 성적 4위 급상승
▶ “LA 축구 전세계 관심”

손흥민 신드롬에 미국 축구팬과 한인사회가 함께 열광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 유니폼을 입은 지 보름도 되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이미 리그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데뷔 3경기 만에 터뜨린 환상적인 프리킥 골은 현지 언론과 팬들을 단숨에 매료시켰고, 경기 후에도 팀을 먼저 언급하는 겸손한 태도로 ‘월드클래스’다운 품격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텍사스주 달라스 도요타 스테디엄에서 열린 FC 달라스전 전반 6분,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MLS 데뷔골을 신고했다. MLS는 경기가 끝나기도 전 공식 채널에 ‘월드클래스 프리킥’이라며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렸고, 팬들은 “스타이기 이전에 모범적인 프로 선수”라며 경기 후 관중석을 돌며 인사하는 손흥민의 모습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적료 2,650만 달러를 들여 손흥민을 품은 LAFC는 이른바 ‘손흥민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구단 공식 온라인샵의 손흥민 등번호 7번 유니폼은 사실상 품절 상태다. 195달러에 판매되는 정품 저지는 9월 중순 이후 발송 가능하다는 안내가 붙을 정도로 물량이 달리고 있으며, 홈 유니폼은 아예 매진됐다. 존 소링턴 LAFC 단장은 “손흥민 유니폼은 영입 일주일 만에 전 세계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라고 밝혔다.


티켓 시장도 들썩인다. 손흥민의 홈 데뷔전인 오는 31일 샌디에고 FC전 티켓 가격은 최소 200달러에서 최대 5,265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존 50~60달러에 불과하던 입장권이 4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이미 올 시즌 남은 홈경기 4게임 티켓이 매진됐고, 내년 시즌권 역시 판매 시작 2주 만에 전량 매진됐다. 시즌권 신규 구매자의 90%가 한인들이라는 사실은 ‘손흥민 신드롬’이 단순한 축구 열기를 넘어 한인사회의 자부심과 직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단체관람 열풍도 거세다. 한국외대 LA GCEO 원우들은 23일 야유회를 마친 뒤 강남포차에 모여 달라스전을 단체 관람했고, 위티어에 사는 케빈 강씨는 고등학교 동기 부부 모임을 손흥민 홈경기 데뷔에 맞춰 31일로 잡았다. 한국 대기업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서모씨는 귀국을 앞둔 동료와 추억을 쌓기 위해 170달러짜리 리세일 티켓을 구입했다. 한인타운 술집과 식당들도 홈 데뷔전 당일 단체 손님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LA 관광청도 손흥민 열기에 합류했다. 애덤 버크 관광청장은 “손흥민의 합류는 전 세계 팬들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LA를 ‘글로벌 축구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런던까지 원정을 떠나던 팬들이 이제는 집 앞 구장에서 손흥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력에서도 손흥민은 기대 이상이다. MLS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을 구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도움을 기록했다. 이어 세 번째 경기에서 프리킥 데뷔골을 넣으며 ‘PK 유도·도움·득점’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기록을 남겼다. 두 경기 연속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것은 덤이다.

MLS 사무국도 “손흥민이 자신의 기량을 빠르게 입증했다”며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의 합류는 LAFC 전력에도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시즌 중반까지 서부콘퍼런스 6위에 머물던 팀은 손흥민이 합류한 이후 단숨에 4위(11승 8무 6패)로 뛰어올랐다.

손흥민의 스타성은 축구장을 넘어 야구장까지 번졌다. 오는 28일 다저스테디엄에서 열리는 LA 다저스 경기에서 시구에 나서며, 토미 현수 에드먼과 김혜성 등 한인 선수들과의 만남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또 손흥민이 주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9월6일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평가전을 치르고, 이어 9일에는 멕시코와 두 번째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손흥민의 MLS 돌풍은 국가대표 일정과 맞물려 앞으로도 한동안 뜨거운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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