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2025-08-22 (금) 08:18:34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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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50년대는 쿠바 음악의 황금기 시절이다. 쿠바 하바나의 가장 유명한 클럽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의 전설적인 뮤지션들. 음악이 좋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여서 연주와 노래를 하던 그들은 70~80대가 되어 40년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쿠바를 방문한 한 미국 레코드 기획자의 주선으로 하바나에서 6일간 녹음을 하여 1997년 한 장의 앨범을 발매한 것이다. 이 앨범은 800만 장이 팔려나가는 대히트를 기록했고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1999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빔 벤더스 감독)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졌다.

백발이 성성하고 깊은 주름살이 오랜 세월을 증명하는 이들 멤버들은 1998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완전체로 공연,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2015년 10월에는 백악관 공연을 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었다가 1961년 단교했으나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4년만에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쿠바여행 자유화, 기업 진출 허용, 양국 정기항로 개설을 실행했다. 백악관 쿠바 음악회는 단절된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시도한 것이다.

올 2월,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 맨하탄 브로드웨이 제랄드 숍펠트 시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이 밴드의 유일한 여성 보컬 모아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959년 쿠바 혁명이 일어나고 카스트로가 집권하면서 미국의 경제 봉쇄로 모든 물자 보급의 길을 끊어 버렸다. 모든 문화생활이 통제되면서 더이상 음악을 할 수 없는 이들은 구두닦이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면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기타와 보컬의 콤파이 세군도, 보컬 이브라힘 페레, 피아노의 루벤 곤살레스, 보컬 엘리데스 오초아, 보컬 오마라 포르투온도 등등. 이들의 소박한 일상과 노래와 춤이 맨하탄 한복판에서 벌어지면서 뉴요커와 관광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무대는 지글지글 불타고, 반짝이고, 날것처럼 생동감이 있다. 이들의 연주와 노래, 춤은 브로드웨이 무대를 향수와 추억을 일깨우는 쿠바 하바나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았다.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은 지난 6월8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2025년 토니상에서 여자조연상, 안무상 등 4관왕이 되었다.

객석은 매일 관광객들과 뉴요커들로 만석이다. 정작 미국 시민들은 쿠바로 여행 갈 수가 없다. 2021년 1월 트럼프 제1기 시절,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관광목적으로 한 직접적 여행을 금지했다.

쿠바에 가려면 가족방문, 공무수행, 전문연구 등 12가지 허용 사유에 해당해야만 한다. 트럼프 제2기 행정부도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쿠바가 미국인 도주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 콜롬비아 반군 지도자들의 인도 거부’가 이유다.


또한 쿠바 이민자로 부친은 바텐더, 모친은 호텔 청소부로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강화된 대 쿠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인사들의 비자를 제한, 미국 입국을 금지시켰다.

남북화해 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시작된 한국의 금강산 관광이 1998년 11월18일에 시작되어 약 10년간 시행된 일이 있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남한 관광객이 사망한 사건 이후 2008년 7월 중단되고 말았다. 느긋하게 한국 가면 금강산에 가보아야지 하다가 그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에 갔을 때 청와대부터 가보았다. 새 정부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으니 시민들의 청와대 방문이 언제 막힐지 몰랐던 것, 실제로 요즘, 청와대 방문이 금지되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어떤 정부냐에 따라서 금강산 방문이나 청와대의 문이 열리기도, 닫히기도 한다. 이 무슨 경우인가. 관광이나 문화 교류에는 벽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쿠바로 가는 길이 막혀있을지 모르는데도 불구, 뮤지컬 관람객들은 쿠바 음악에 푹 빠져서 “인생을 즐겨/ 최소한 지금은 살아있고 싶어/ 정말이야. 하나님도 마누라도 내 말을 들어주셔야 해/ 좀더 즐길 시간을 주어야지…”에 몸을 맡기고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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