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 후 지인에 “카드 있다”… ‘원팀’ 증거로 내밀어 형량 줄이기 ‘플리바게닝’ 성격 해석
▶ 건진·유경옥 이어…특검, ‘金 주가조작 가담’ 간접증거로 제출…金측 “도이치 사건 무관”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김건희 여사의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측이 16일(이하 한국시간) 법정에서 돌연 "김 여사에게 수표로 3억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에서도 이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역시 선처를 바라며 김 여사에게 등을 돌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공모한 의혹을 받아온 점에서 이씨가 김 여사와 '투자수익을 공유한 원팀'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은 이날 열린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하던 중 "김건희에게 수표로 3억원을 준 적이 있다"며 "김건희 특별검사팀에 가서 그 부분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특검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변호인의 발언은 특검팀이 이 전 대표에게 증거 인멸, 수사 비협조 등을 근거로 징역 4년을 구형하자 수사에 충분히 협조했다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특검팀은 재판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이 전 대표에게서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특검팀에서 이 진술을 한 시점은 올해 8월 21일이다. 이 전 대표가 같은 달 5일 특검에 구속된 이후이자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 하루 전이다.
법조계에선 진술 내용과 시점을 고려하면 이 전 대표가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노렸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단서를 제공하는 대가로 향후 재판이나 다른 혐의 수사에서 불이익을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구속된 직후 접견 온 지인에게 "나한테 플리바게닝으로 쓸 만한 카드가 하나 있다"며 특검팀에 새로운 진술을 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실제로 이 전 대표의 진술을 담은 조서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정황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여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물이 특검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태도를 바꿔 김 여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 10월 24일 자신의 재판에서 2022년 4∼7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고가 금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작년 김 여사로부터 이를 돌려받아 자택에 비밀리에 보관해왔다고 실토했다.
그전까지 그는 물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한 적 없고 잃어버렸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알려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지난달 26일 법정에서 김 여사가 자신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특검팀이 김 여사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측근들이 더는 그를 보호할 실익이 없다고 보고 '각자도생'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 사이에서 오간 '수표 3억원'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드러내면서 돈의 성격과 범죄 연루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 측은 2011년 6월 김 여사가 이 전 대표의 블랙펄인베스트에 15억원을 투자했고, 두 달 뒤인 8월 수익금 3억원을 수표로 줬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 자체로 범죄를 구성하진 않지만,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이 전 대표와 알고 지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게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특검팀도 이 진술을 김 여사가 이 전 대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의 주가조작 공범임을 입증하는 간접 증거로 판단했다.
다만, 김 여사가 애초에 이 전 대표에게 줬다는 15억원이라는 거금이 어떻게 마련된 자금인지, 그리고 이 전 대표는 투자 수익금을 왜 굳이 추적 가능한 수표로 줬는지 등이 의문으로 남는다.
투자금과 수익금이 오간 시기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때와 겹치는 것도 의혹을 키운다. 김건희 특검팀이 이 전 대표에 대해 참고인 진술만 받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진 않아 사실관계 자체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조가조작과의 연관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전 대표의 진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