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진국인가’-. 이 질문에 많은 국제기구들은 ‘예스’라는 답을 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경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해는 1999년이다. 2010년에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원조를 하는 공여국(donor)로 격상했다.
그러다가 유엔이 한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 그룹으로 인정한 해는 2021년이다.
이후 선진국 순위를 발표하는 국제기구 보고서 등이 발표될 때마다 한국은 톱 10 이내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NWR)가 2024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6위로 랭크한 것이 그 한 예다.
그래서인가. 아시아권 주민 중 에서는 70%가, 유럽은 65%가, 미국은 57%가 ‘한국은 잘 사는 선진국’으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인식은 그러나 정반대로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15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복 80년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한 국민은 27.8%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다수는 한국을 중진국 정도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겸손한 국민성 때문이다. 일각에서의 지적이다. 자신을 낮추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한국문화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리적 중진국 함정, 혹은 선진국 콤플렉스가 그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오랜 약소국으로 지내다보니 주눅이 들었다는 거다.
동시에 한국인의 눈에 각인 된 선진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국가들로 스스로 ‘아직은 아니다’란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틀린 지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데서 찾아지는 것 같다. ‘되어져가는 꼴이 말이 아닌 정치’- 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정치판이 대다수 한국인들로 하여금 도저히 선진국임을 체감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닐까.
‘기업은 2류 이고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정치는 4류다.’ 30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30년 세월동안 4류, 5류를 넘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왔다. 악성전이만 계속 이루어져온 것이다. 그 한국정치가 이제는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르렀다.
유죄 여부는 차치하고 직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된 것부터가 그렇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고 세계 어느 곳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 가운데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무 말 대잔치’수준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절대다수 여당 대표라는 사람의 말부터 그렇다.
야당과 악수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 나가 야당을 해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 말본새라니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의 공갈같이 들려 무조건 막말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그 와중에 여당사람들은 야당이 조금만 항의하면 ‘내란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요정을 낼 기세다. 소수 의견에 대한 배려, 민주 의정상의 관례…. 이런 말들은 아예 통째로 무시된다. 그리고 질러대느니 욕설에, 으름장에 조폭을 방불케 하는 협박이다.
갈 데 까지 다 갔다. 그리고 이제는 25시를 가리키고 있는 한국의 정치판. 이런 정황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