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우크라 종전은커녕 푸틴 공작에 놀아날 수도”

2025-08-12 (화) 08: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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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푸틴 얼굴 맞댈 때마다 러시아편’ 행적 재조명

▶ 과거 美대선 개입 면죄부에 부대 공동창설 논의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이라는 목표에 접근하지 못한 채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에 봉사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트럼프가 푸틴을 만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기사에서 분석가들이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요원이자 '뛰어난 조작자'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이 급하게 성사된 감이 있는 미러 정상회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15일 알래스카에서 회담한다. 트럼프 집권 2기 첫 회담이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열리는 정상들의 대면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강하게 압박해왔다는 점에서 두 정상이 전쟁의 출구가 마련하게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푸틴 대통령의 손에 놀아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집권 1기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첫 공식 정상회담을 하면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러시아를 두둔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당시 미 정보당국의 판단과는 상반된 이야기를 했다.

당시 공화당 핵심 인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존 매케인 당시 상원의원은 "부끄러운 행보"라고 비판했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나중에 그 일을 회상하며 "푸틴이 헬싱키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을 두고 통쾌하게 웃었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3월 푸틴 대통령이 야권 인사들을 투옥하거나 추방한 뒤에 치러진 비민주적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하자 전화를 걸었는데, "축하하지 마세요"라는 참모들의 직접적인 조언을 받고서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을 짧게 만난 과정에서 '미러 사이버 보안부대 창설'을 논의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다.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돌아오자마자 폐기됐다.


두 정상은 미국이 주최한 만찬에서 배석자도 없이 즉흥적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이런 사실은 그 장면을 보고 놀란 참석자들이 기자들에게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내 대답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 기자에게 직접 전화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작전은 너무 정교해서 절대 발각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정보기관이 알아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변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나중에 대놓고 그 논리를 차용해 러시아의 선거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종전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휴전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참여도 거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미국의 지원에 더 많은 감사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호되게 받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종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데도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사고 있다.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앤드루 와이스 연구원은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충돌한 이후 유럽인과 우크라이나인, 그리고 행정부 내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돕고 트럼프가 러시아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맞춰왔다"면서 "집권 2기 첫 대면 접촉에서의 진정한 시험은 그런 정책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턴은 지난주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술수를 경계하면서 "푸틴은 트럼프를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자신의 KGB 능력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피오나 힐은 푸틴 대통령이 정상 대 정상의 회담을 환영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는 세부 사항을 나중에 논의하길 원하는데, 트럼프는 세부 사항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참모진이 없는 상황에서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8년 첫 회담에는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짐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등 대러시아 강경파 인사들이 함께했으나, 지금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만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한 전력이 있고 내각에 합류한 뒤에는 비판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마가'(MAGA·미국 우선주의) 정치인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며 차기 대권을 노리는 루비오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러시아에 대한 매파적 태도를 벗어던진 지 오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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