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젤렌스키 만나라” 푸틴 압박… 유럽 “우리도 끼워줘”

2025-08-1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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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물밑 신경전
▶ 밴스 부통령 “3자 회동 일정 조율 중”

▶ “강제로 대면시키는 게 지도자가 할 일”
▶ EU, 우크라이나 영토 거래서 소외 우려

닫힌 것처럼 보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대좌 가능성이 다시 열리는 분위기다. 만남을 거부하는 푸틴 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하고 나서면서다.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는 유럽은 미·러 정상 간 종전 방안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 “러·우크라, 불만 있어도 할 수 없다”

J.D. 밴스 부통령은 10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종전 중재의) 최대 난관 중 하나가 젤렌스키와 마주 앉지 않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완강한 입장”이라며 “대통령(트럼프)은 이제 그것(푸틴의 입장)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 정상이 언제 (협상장에) 앉아 이 분쟁의 종식을 논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정 같은 것들을 (백악관이) 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주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햇수로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방안을 의논할 예정이다.


밴스 부통령에 따르면 “살상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협상안을 도출하는” 게 백악관 목표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도 엄청난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고, 결국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둘 다 불만을 품게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런 만큼 평화 구축의 핵심 수단은 힘이라는 게 밴스 부통령 생각이다. 그는 “지금은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대로 앉아 이견을 해소하도록 대통령(트럼프)이 강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단력 있는 지도자가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만나도록 강제하는 게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매슈 휘태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대사도 10일 CNN 방송에 “오늘은 일요일이고 (미·러 정상)회담은 금요일에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필요한 시간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부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교차하는 기대와 불안

우크라이나와 유럽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푸틴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종전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평가되는 시험대가 미·러 정상회담이라고 말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대사는 이날 미 CBS방송에 “필요하다면 젤렌스키도 물론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합의 결과에 안보 이익이 직결된 유럽이 회담에서 배제된 데 따른 불안도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주요국이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에 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같은 날 독일 ARD방송에 출연해 영토 양보 등 어떤 종전 논의도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인터뷰 당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모든 점령지는 우크라 영토”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1일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회담 결과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 놓기 위해서다. 칼라스 대표는 전날 성명에서 “미·러 간 모든 합의에는 우크라이나와 EU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의 안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유럽 5개국과 발트 3국 등 ‘NB8’로 불리는 8개국 정상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없으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대한 결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우크라이나와의 사전 조율 없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영토 거래를 한 뒤, 유럽 측에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태를 걱정한다. 성명에서 칼라스 대표는 “국제법은 명확하다. (러시아에 의해) 잠시 점령된 모든 영토는 우크라이나의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논의를 위한 미·러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됐는데도 러시아는 10일 우크라이나 공습을 지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남부 도시 자포리자를 폭격했다고 알리며 “그들은 살인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래서 제재와 압력이 필요하다”며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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