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일 목사/ 버클리신학대학원 교수,버클리 새교회 담임
오늘날 소위 선진국 사회의 교회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선진국 사회를 굳이 언급한 이유는 아직도 동남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지구상 일부 지역 교회들이 활기가 넘치고 부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과 북미는 물론, 심지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남미 일부 신흥 선진국들의 경우도 교파를 초월해 대부분 교회가 교인수 감소 혹은 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다.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당면한 현실에 대한 위기 위식 및 대안의 부재에 있는 것 같다.
몇 주전 나는 일년에 한 번 열리는 교단의 연회 모임에 참석하고 또 한번의 실망감을 갖고 돌아 왔다. 어김없이 금년에도 몇 개의 교회를 문닫고, 또남아 있는 많은 교회들이 교인감소, 노령화, 재정적 어려움, 및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을 직면해 있음에도,여기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이나 대책 논의없이, 어쩌면 “비지니스 애즈 유즈얼,”즉 모든 것이 아무 일 없이 평소 처럼 돌아가는 듯한모습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개별적으로야 모든 분들이 저마다 고민이 있겠지만, 이 문제를 공동체의 우선적 안건으로다루며 기도하고 방안이 무엇인지를 함께 나누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오늘 교회쇠퇴의 원인은 복잡하고 또 마땅히 해결책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대체적으로 인구의 이동 및 감소, 교회(지도자)들의 부정적 이미지,젊은 층에 대한 배려 부족, 구태연한 설교 등을 오늘 교회의 쇠퇴원인중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 교회의 경우 한국과 달리 지속적인 이민자 유입으로인한 인구감소는 이유가 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교회가 갖는 이미지도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기에 교회 쇠퇴의 주요 이유로 볼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미국에서도 유럽의 경우 처럼 교회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데 이는 바로 문화적 세속화의 영향이다.
세속화의 핵심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종교의 영향력과 권위를 멀리하고, 삶의 윤리적 판단 기준을 기존의 전통이나 종교 영역밖에서 찾으려는 노력에 있다 이 영향으로 교회는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사회적, 정서적 결속력과 영향력을 상실하면서, 교인 수는 줄고, 교회가 사회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보게 된다.이런 가운데 개개인의 삶에서 교회는 중심이 아닌 여러 선택 사항 중의 하나 정도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세속화 사회 속에서 교회들이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며 그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 위식을 갖고, 하나님 앞에 나를 돌아 보는 것이다. 교회 밖의 사람들, 특히 젊은 층으로 부터 교회가 신뢰회복의 첫 걸음도 철저한 자기부정이다.교회가 명예나 지위를 얻기 위한 곳이 아니고, 밥벌이의 수단도 아니다. 건물이나 교인수,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곳이 되어서도 안된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눅9:58)하시며,오직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기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드린 예수님의 삶에 비추어,구성원들이 나를 비우고 또 그 자세로 온전히 교회가 사회 속에 존재하며 이웃을 섬기는 존재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의 힘과 회복의 출발은 기도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의 한 유투브에서요즘 한국의 기도원이 왜 문을 닫는지에 대한 이유로어느 분이 ‘대부분 하나님과의 교제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 돈을 달라고 하는 탐욕으로 가득해 하나님이 문을 닫게 하셨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이 말의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수님의 겟세마네 동산 기도 중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는 얼마나 우리에게 자기 부정이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교회 식구들이여 위기감을 갖고, 기도를 통해 자기 부정을 하고,나와 내 교회가 그간 얼마나 나 중심, 내 교회 중심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하나님은 날마다 자기를 부정하며 당신 뜻을 따르려는 교회들을 보고, 우리의 앞길을 새로이 열어 주실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