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살 관련 FBI 내부문건 등 법무부 예고없이 깜짝 공개
▶ “새 사실 없어… 국면타개용”
▶ 유족“문서 악용 시도 규탄”

워싱턴 DC의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관.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의 수사 기록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이번 공개가 럼프 대통령 지지층 일부가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과 관련, 엡스타인 논란 덮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 법무부는 이날 23만 페이지 분량의 킹 목사 암살 사건 관련 연방수사국(FBI) 문서를 공개했다.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당시 수사 진전 상황과 관련된 FBI의 내부 문건, 암살범인 제임스 얼 레이의 동료 수감자 등과 관련된 정보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23일 킹 목사 외에도 케네디 전 대통령과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 등 1960년대 암살된 인물과 관련한 정부 기밀 문서를 공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공개는 그에 따른 후속 조치다.
1964년 미국 민권법 제정을 이끈 킹 목사는 1968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분리주의 성향을 지녔던 백인 제임스 얼 레이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레이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3일 만에 자백을 번복하고 검찰과 FBI의 강요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역 99년형을 선고받았고 1998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킹 목사의 유족은 1999년 테네시주에서 정부 음모에 의한 암살을 주장하며 민사재판을 제기했고,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킹 목사의 암살이 레이가 아닌 정부 기관 등이 연루된 광범위한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평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공개된 문서에서 새로운 사실을 거의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전말을 밝힐 FBI 도청 녹음과 2027년까지 봉인된 기타 자료가 이번 공개 문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킹 목사의 전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데이빗 개로는 “해당 문서를 검토한 결과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예고 없이 이뤄진 문서 공개가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마가’(MAGA·트럼프 대통령 열성 지지층) 음모론자들로부터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망 관련 기록 공개를 요구받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알 샤프턴 하원의원은 “문건 공개가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킹 목사의 유족도 성명을 통해 “우리 가족의 지속적인 슬픔에 대한 공감, 자제, 존중을 가지고 접근해 달라”며 “이 문서들을 악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규탄한다”고 밝혔다. 킹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제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킹 목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