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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법 ‘직격탄’… 현대·기아 미 매출 20억달러↓

2025-07-22 (화)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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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 연간 거의 5만대 줄고, 시장 점유율에도 타격

▶ 상반기 판매 50% 감소

감세법 ‘직격탄’… 현대·기아 미 매출 20억달러↓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종료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한국 본사.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반영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지난 4일부터 시행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연간 전기차 판매액이 최대 20억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법안에 따라 반도체 업계 등에는 세액공제가 늘지만,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산업 전환 정책으로 수혜를 본 전기차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최대 7,500달러 연방정부 지원이 종료되면 전기차 판매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일부 제조사들이 연방정부 전기차 지원금을 부분적으로 대신 제공하는 내용의 인센티브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당한 판매 타격은 불가피하다. 감세법은 비단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게 타격을 주겠지만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판매 증대를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았던 만큼 미국 시장 공략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0일 발표한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OBBBA 발효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가 종료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828대(매출 19억5,508만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12만3,861대)을 기준으로 37% 폭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추산은 미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분석에 기반했다. NBER은 IRA에 따른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량이 연간 최대 37% 감소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OBBBA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올해 9월 말로 조기 종료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2032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으나 7년가량 앞당겨졌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와 전동화 모델 판매는 감소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 올해 상반기 EV6 판매는 5,875대로 전년 동기 1만941대에 비해 46.3% 감소했다. 동 기간 EV9도 9,671대에서 4,938대로 48.9%, 니로는 1만8,102대에서 1만1,788대로 34.9% 줄었다.

현대차는 감소폭이 기아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관세발 타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6의 올해 상반기 판매는 6,322대로 전년 동기 6,912대에 비해 8.5%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주 발표하는 2분기 실적에서 미국 품목별 관세의 영향을 받은 부진한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증권업계들은 올 2분기 현대차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46조4,776억원, 3조5,711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2분기(매출 45조206억원·영업이익 4조2,791억원)보다 매출은 3.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6.5% 감소한 수치다.

이 전망대로라면 현대차는 2조원대 품질 비용 반영으로 3,000억대의 적자를 기록한 2020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10%대의 영업이익 감소율을 기록하게 된다.

기아도 올해 2분기 전망이 밝지 않다. 기아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29조613억원, 2조9,973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매출 27조5,679억원, 영업이익 3조6,437억원보다 매출은 5.4% 늘고, 영업이익은 17.7%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까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던 기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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