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와이로’라는 말의 유래

2025-07-18 (금) 08:36:09 임형빈/한미충효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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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로란 말은 상대방에 뇌물을 주어 이득을 챙길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이 어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고려시대 의종 임금이 민심을 살피기 위하여 평민을 가장하고 길을 나섰다. 어느 날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어 요행히 민가를 발견하고 하루를 묻고자 청했지만, 집주인인 이규보 선생이 집이 너무 누추하다고 대접할 음식도 없으니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다하여 임금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그런데 그 집 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무척 궁금했다, ‘唯我無蛙 人生之恨(유아무와 인생지한)’ 즉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게 한이다” 글의 뜻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막에 들러 주모에게 외딴집에 대해 물었다.


그는 과거에 낙방하고 마을에도 잘 안내려오며 집안에서 책만 읽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임금은 더욱 궁금증이 생겨 다시 그를 찾아가 사정사정해서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궁금했던 대문에 써있는 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노래 시합을 하게 되었는데 물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꾀꼬리는 자신만만하였다. 그리고 심판은 백로가 맏기로 했다. 드디어 노래 시합이 벌어졌고 자신만만한 아름다운 목소리의 꾀꼬리가 까마귀에게 지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백로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 한 자루를 백노에게 뇌물로 바친 것이었다. 그 후 꾀꼬리는 낙담하고 실의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게 인생의 한이다” 란 글을 대문에 써 붙이게 되었다 한다. 이때부터 와이로(蛙利鷺)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개구리와(蛙) 이로울이(利) 백로로(鷺) 로 이규보 선생 자신에도 실력이나 지식은 어디에 내놔도 안 떨어질 것인데 과거에 번번이 떨어지는 것은 불의와 불법으로 뇌물을 바친 자에게 급제의 기회를 주는 정부의 부정부패에 얼룩진 나라를 비유한 글임을 알 수 있었다.

혜안(慧眼)을 가진 임금인지라 이 선비에게 특별 기회를 주기로했다. 자신도 과거에 여러번 낙방하고 전국을 떠도는 떠돌이인데 며칠 후 임시 과거가 있다하니 집 주인에게도 응시하도록 권고하고 그리고 궁궐로 돌아 와서는 즉시 문신들을 채용하는 (明經科) 명경과를 열 것을 명하였다.
과거를 보는 날 시험관이 내걸은 시제(詩題)가 바로 (唯我無蛙 人生之恨) 라는 여덟 글자였다.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할 때 이규보 선생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올리고 답을 적어 냄으로서 장원급제하여 이후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때부터 와이로(蛙利鷺) 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임형빈/한미충효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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