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차 표결에만 6시간…반대·투표 보류 공화 의원들 결국 마음 돌려
▶ 트럼프 종일 반란표 설득전…심야에도 “표 잃게 될 것” 강력 압박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추진 사항인 '감세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진통 끝에 첫 관문을 넘어섰다.
3일 AP통신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대한 '절차 표결'을 진행, 찬성 219표, 반대 213표로 가결 처리했다.
절차 표결은 발의된 법안을 토론, 표결 등 다음 절차로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투표는 2일 밤 시작됐으나 공화당 내 반대표를 잠재우기 위한 설득전이 벌어지면서 6시간 뒤인 3일 새벽 3시30분께 끝났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법안 통과를 위한 최종 표결이 이날 오전 8시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날 절차 표결 과정에서 공화당은 감세와 복지축소, 불법이민 단속 강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국정의제가 반영된 해당 법안을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부자들에게 대규모 감세 혜택을 주면서 빈곤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보조와 식료품 지원은 삭감한다는 등의 논란이 불거지자 한때 공화당 하원의원 220명 중 5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8명이 투표를 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 벌어졌던 까닭이다.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공화·켄터키)은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적자를 지적하는 '부채시계'(debt clock) 전광판 모양 핀을 상의 옷깃에 부착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하원의장이 총력을 다해 설득전에 나선 결과 반대표를 던졌던 의원 5명 중 4명이 찬성으로 입장을 전환했고, 투표를 보류하던 의원들도 전원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입법과 대통령 서명까지 모든 절차를 마친다는 목표를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이거나 전화를 걸어 찬성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다면서 "민주당에게 승리를 넘겨주지 말라. 그들의 손에 놀아나지 말라"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심야까지 절차 표결 처리가 지연되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화당원들은 뭐를 기다리고 있느냐? 무엇을 보여주려고 시도 중인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기분이 좋지 않고, 이건 당신들의 표를 잃게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공화당원에게 이건 간단한 '찬성'(Yes) 투표가 돼야 한다. 터무니없는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는 끔찍할 정도로 복수심이 강할 수 있다"면서 "공화당원들은 항상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던지는 벼락에 맞을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살아간다"고 꼬집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 생애를 접객업과 연예 산업에서 보내온 만큼 다른 편으로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치켜세워 주는 강온전략에도 능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예컨대 감세법안에 반대하던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 모임 '하원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전날 오후 백악관을 방문한 뒤 입장이 변화했고, 일부는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기념품을 받았다는 등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지난 1일 상원이 감세법안을 통과시키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쳤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그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골프장내 용품점에서 셔츠를 골라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