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후변화에 ‘뉴노멀’된 폭염… 사망 속출, 만년설도 위험

2025-07-0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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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유럽 불볕더위·산불… 미국도 폭염 경보

▶ 아프리카 ‘열돔’ 북쪽 확장… 가마솥 방불
▶ 중국·일본도 이례적 고온… 공중보건 위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이 속출하는 추세 속에 올해 여름에도 각국에 기록적 폭염이 닥치기 시작했다.

스페인 우엘바 지역의 기온이 섭씨 46도(화씨 115도)를 기록하는 등 남유럽 일대는 불구덩이를 방불케 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그리스, 포르투갈 등지에선 폭염에 더해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까지 겹쳐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

1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의 기후변화·보건 전문가 마리솔 이글레시아스 곤잘레스는 유럽 각국이 즉각 대응하지 않는다면 수만명이 대체로 예방할 수 있는 원인으로 불필요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일부 국가의 기온이 섭씨 40도선을 넘어선 만큼 노약자를 중심으로 온열질환이나 탈진, 지병악화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빈발할 수 있어서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통계학자 피에르 마셀로는 유럽을 덮친 폭염 때문에 지난달 30일에서 이달 3일까지 나흘 사이에만 4,500명이 넘는 초과사망(excess death·통상 수준을 초과해 발생한 사망자수)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올해 초 발표된 유럽 854개 도시의 폭염 관련 사망자 발생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매년 17만5,000명 이상이 폭염의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목숨을 잃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평년이었다면 아직 풍성한 만년설에 덮여 있어야 할 알프스도 더위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프랑스 알프스의 최저 빙결고도는 해발 5,136m까지 상승했다. 지표면에서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데, 영하까지 기온을 낮추기 위해서 올라야 할 높이가 평년보다 약 300m나 높아졌다는 의미다. 빙결고도보다 해발고도가 낮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07m)은 얼음이 녹는 영상 기온에 노출됐다. 기상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몽블랑 정상 부근의 기온은 24시간 이상 영상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스에선 산불이 수도 아테네 인근 해안 마을들을 덮치면서 비상사태가 발령됐다. 튀르키예에서도 이즈미르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때문에 5만명 이상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선 지난달 하순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보스턴의 낮 최고기온이 102도를 기록하는 등 20여개 지역에서 수십차례나 기온 관련 최고 기록이 경신되다가 지난 주말 전후 서늘한 북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기상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잦아들었을 뿐 곧 폭염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미국에서 차량에 홀로 남겨졌다가 열사병 등으로 사망한 어린이의 숫자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9명에 이르며, 이중 5명이 지난 한 달 사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자료를 집계하는 단체 ‘키즈앤카세이프티’에 따르면 역대급 폭염이 미국 전역을 덮쳤던 작년에는 총 39명의 어린이가 차량 내에서 사망했다.

중국에선 상하이와 난징, 항저우 등 동부 주요 도시들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39도(화씨 95~102도)를 기록하는 등 평년보다 3도 가까이 높은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기상 당국은 이 지역들이 “고온과 장기간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현지에선 핵심 쌀 재배지역이 타격을 받아 흉작이 초래되거나, 냉방기 사용 급증으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일본 기상청은 지난달 일본 월평균 기온이 역대 6월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강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6월 월평균 기온이 평년 대비 2.34도 높았고, 주변 해역의 수온도 평년보다 1.2도가량 높게 측정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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