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막강 군사력으로 이란 굴복시켜…실제 ‘중동평화’ 이어지면 역사적 외교 성과
▶ 이란, 전술적 후퇴라면 美에 부메랑될 수도…트럼프, 교착 우크라전쟁서도 돌파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중동의 최대 앙숙 이스라엘과 이란간에 전쟁의 포화를 멈추도록 하는 휴전 합의를 끌어냈다.
수십년간 으르렁거리며 갈등을 지속해온 두 나라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권적 중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내세워온 '힘을 통한 평화'의 위력을 과시한 셈이 됐다.
더욱이 이번 휴전안에 따라 양국간 휴전이 시작되고 나서 24시간 이후 특별한 변수 없이 공식적으로 종전을 이루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중동에 '평화의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청사진이 현실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집권 2기 취임 5개월여 만에 세계 최대 갈등을 해소하는 기틀을 닦는 역사적인 외교 성과를 이루게 되는 셈이다.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지난 12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기습 공격으로 상당한 군사적 타격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는 게 명분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후 이스라엘은 공군력을 동원해 공습을 퍼붓고,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을 몰아세우면서 중동 전체가 화약고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미군의 이란 핵 시설 직접 타격은 변화의 분수령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해 이대로 두면 미국과 서방 동맹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란 핵 심장부'라 불리는 포르도를 비롯한 핵 시설 3곳을 미군의 최첨단 군사 자산과 초강력 무기를 동원해 폭격했다.
전쟁 발발 9일 만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란에 '2주간의 협상 시한'을 부여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기습 공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격으로 포르도 지하 깊숙한 곳의 이란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돼 더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이란 핵 능력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주장하며 이란에 핵야욕을 포기하고 협상의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공습 목적이 이란 정권의 교체나 전면전이 아니라 이란 핵프로그램 제거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란의 반격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이란은 미국의 대대적인 공습에도 포르도 핵 시설의 지상부만 피해를 봤다고 반박하며 보복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날 이란은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한 뒤 카타르의 미 공군 기지를 향해 '체면 살리기용' 미사일 공격을 하며 수위조절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평가하며 휴전 논의에 박차를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나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직접 설득하고, 이란에 대해선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휴전 합의를 끌어내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했다.
이란으로선 이번 전쟁 초기 이스라엘에 당한 군사 자산 피해가 가볍지 않은 데다 미국의 공습으로 최후의 보루로 여기던 핵무기 개발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간파하고 집중 공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이란의 방공 체계는 완전히 파괴됐고, 전통적 미사일 프로그램도 대부분 파괴됐다. 물론 그들의 핵 프로그램도 완전히 제거됐다"며 "따라서 이란은 더는 싸움을 계속하고 싶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내건 대외정책 공약 '힘을 통한 평화'가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간 무력충돌을 해결하는 과정에 입증된 셈이다.
이란의 핵시설 타격 이후 자칫 전쟁의 장기화로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전쟁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는 비판이 트럼프 대통령을 옥죄여왔지만, 휴전 합의를 성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우려에서도 자유롭게 됐다.
다만 이란이 휴전을 받아들이며 일단 후퇴하는 모습을 취한 것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술적 후퇴였다면, 이란이 시간벌기를 통해 몸을 추스른 뒤 향후 대미 보복에 나설 경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권 1기 때인 지난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혁명수비대(IRGC) 최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을 지휘한 뒤 이란의 미국에 대한 대대적 반격이 없었고 중동 지역 분쟁으로의 비화도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이란은 줄곧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주요 인사들에 대한 암살을 기도해온 바 있다.
종교적·문화적으로 뿌리 깊이 쌓인 적대감 속에 갈등해온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 이후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영원히' 평화를 이루고 서로를 존중하며 지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 국면에서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첫날' 해결하겠다고 자신해왔고, 집권 2기 취임 초기 양국을 오가며 중재에 힘썼지만, 아직 두 나라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