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25 75년] 미군실종자확인국장 “이재명 정부서 DMZ 유해발굴 재개 기대”

2025-06-21 (토) 04: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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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유해 수습에 관심 있으며 외교적 도구로서의 기능 잘 알아”

▶ “북한이 유해 수습 협력하면 북미 간 건설적 대화의 문 열 수 있어”

[6·25 75년] 미군실종자확인국장 “이재명 정부서 DMZ 유해발굴 재개 기대”

켈리 맥키그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국장이 2025년 6월 20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DPAA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돼 6·25 전쟁 당시 비무장지대(DMZ)에서 숨진 미군 유해를 찾는 작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미국 국방부 당국자가 밝혔다.

올해 6·25 전쟁 75주년을 맞아 연합뉴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켈리 맥키그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국장과 만났다.

그는 DPAA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발언을 고려하면 그가 DMZ에서 유해 발굴을 재개하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건 우리한테 큰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맥키그 국장은 앞선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과 9·19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해 한때 DMZ에서 유해 발굴을 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북한에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남북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당시 DMZ에서의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공동 발굴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남측 단독으로 DMZ 내 화살머리고지와 백마고지 일대의 남측 구역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했다.

당시 한미 양국은 실종된 미군 9명의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11고지(Hill 111)에서 DMZ 내 첫 한미 공동 발굴을 할 계획이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DMZ 내 유해 발굴 자체가 중단됐다.

맥키그 국장은 "미국과 한국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의 DMZ에서 공동 발굴을 할 수 있다면 (미군 유해를 찾을)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고 했으며, 취임한 이후에도 남북 대화·협력 재개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군사합의 복원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맥키그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한에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데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그는 "국무부든, 국방부든, 백악관이든 행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어떤 제안을 했다고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미국과 전쟁을 치렀으나 유해 발굴을 시초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적으로 발전한 베트남의 사례를 들면서 "유해 수습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해 수습은 건설적인 대화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을 활짝 열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틈이라도 만든다면 2018년과 같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전쟁포로·실종자 수습 협력을 약속했고, 이후 2018년 8월 미국에 유해 상자 55개를 전달한 바 있다.

DPAA는 그때 받은 상자에 총 250명의 유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감식해왔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102명이 미군으로 신원이 확인됐고, 약 90명은 한국군으로 추정돼 한국에 송환됐다고 멕키그 국장은 설명했다.

맥키그 국장은 공군에서 34년 복무한 뒤 2015년 소장으로 퇴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인 2017년 9월부터 지금까지 DPAA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맥키그 국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가 6·25 발발 75주년인데 미군 유해 송환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소감은.

▲ 미국에서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고 하지만 그 전쟁에서 복무하고 죽은 장병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이 한 희생은 절대 잊히지 않았다. 유해 송환은 인도주의적 노력이다. 지정학적 갈등이나 정치 변덕, 적대감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항상 유해 송환을 화해의 도구로 여겨왔다. 베트남의 사례를 들겠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이 끝나고 10년 뒤에 여전히 미국의 경제 제재와 금수 조치를 당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에 '유해 송환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베트남은 '너희가 경제 제재를 해제해야만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양국 관계를 봐라. 올해는 1985년 미국의 첫 유해 송환팀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B-52 폭격기 추락 현장에 발을 디딘 40주년이다. 전쟁이 끝나고 10년 뒤에, 미국과 베트남이 양자 관계를 정상화하기 10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올해 우리는 관계 정상화 30주년을 축하하고 있고, 베트남은 번영하고 있다.

--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한국과 유해 발굴 협력을 어떻게 전망하나.

▲ 난 문재인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이재명 정부가) DMZ 관련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에 체결한 포괄적 군사합의를 보면 DMZ에서 유해의 수습과 송환을 협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 국방부의 유해발굴감식단은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감식단은 화살머리고지에서 시작해 백마고지에서 작업했고 이후 우리는 고지111(Hill 111)에서 최초의 조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고지 111에서 역사적인 한미 합동 유해 발굴을 할 예정이었지만, 정치 상황이 바뀌면서 모든 게 중단됐다.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발언을 고려하면 그가 DMZ에서 유해 발굴을 재개하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건 우리한테 큰 가능성이 될 수 있다.

-- 트럼프 행정부는 유해 수습을 위해 북한을 다시 접촉하는 데 관심이 있나.

▲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이게 미국과 자기한테 중요하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의 4개 항목 중 하나로 전쟁포로·실종자 수습이 포함됐다.

--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그럴 의지가 있을까.

▲ 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안 돼서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관계를 맺는 데 열려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둘이 첫 임기 때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국무부든, 국방부든, 백악관이든 행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어떤 제안을 했다고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관계를 맺는 데 열려 있다고 한 공개 발언 외에 어떤 대북 제안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유해 수습이 외교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또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북한 정부 인사 간에 어떤 대화가 이뤄진다면 이 문제가 대화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건 북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친선을 다지기 때문에 북미 대화의 일부가 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 북한이 유해 수습을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나.

▲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할 기회다. 베트남은 과거의 적들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지역과 세계를 위해 협력할 경우 어떤 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엄청난 사례다. 베트남을 봐라. 가난한 국가였지만 오늘 베트남의 경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북한과 우리가 이견을 뒤로 하고, 표현 수위를 낮추고, 무력 과시를 자제해 유해 수습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적인 대화를 한다면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 한미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북한과 유해 발굴 재개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는 건가.

▲ 난 이재명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안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북 군사합의가 그렇게 성공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위험을 감수하고 군사합의에 서명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초소들이 철거됐고 많은 일이 일어났다. 우리 입장에서는 화살머리고지에 매설된 지뢰가 제거되면서 유해 발굴이 가능해졌다.

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유해 수습을 건설적인 대화를 시작할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해 수습은 건설적인 대화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을 활짝 열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틈이라도 만든다면 2018년과 같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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