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점들 급증… 외형적 성장 ‘르네상스’
▶ 한인타운이 신규 개업 최다 ‘중심’ 부상
▶ 경기 침체 속 영업 부진에 폐업도 속출
LA에서 신규 사업체 등록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외식업만은 예외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인타운은 그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지역별로 가장 많은 신규 등록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러한 외식업 성장세의 이면에는 아직 충분치 않은 경기 회복, 경쟁 심화, 높은 렌트비나 인건비와 같은 운영비 부담, 그리고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영업 부진을 겪거나 폐업하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해, 외식업계의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통계 분석 전문 사이트 크로스타운은 “LA시 재무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LA시 전역에서 신규 사업체 등록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외식업 분야만은 이 같은 하락 흐름을 역행하여 성장하고 있다”며 “LA는 ‘외식업 르네상스’ 분위기를 띄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로스타운에 따르면 지난 2024년 LA전체 사업 등록 수는 지난 2015년과 비교해 5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음식점 업종에 해당하는 신규 사업 등록은 711건으로 2015년의 343건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펜데믹 직전인 2019년보다도 40% 늘었는데, 이는 단순한 회복에 그치지 않고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 상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소매업은 타격을 입었지만, 음식점은 여전히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분류되며 ▲배달과 예약 앱의 대중화로 외식 접근성이 높아졌고 ▲팬데믹 시기 많은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가운데 재진입 또는 신규 진입으로 외식업 전반의 재편과 확장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LA시의 114개 네이버후드 지역 중 외식업 신규 등록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은 한인타운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인타운 내 신규 음식점 등록 건수는 61건으로, LA에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다운타운이 50건, 할리웃이 37건, 소텔 지역이 22건이었다. 또한, 팬데믹 이후인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인타운에서 총 221건의 외식업 등록이 이뤄졌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 5년간(2015~2019년)의 등록 건수인 176건보다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크로스타운은 한인타운이 음식업 확장 흐름의 심장부라고 평가하면서, 가장 비교되는 지역으로 지난 5년간 단 2개의 신규 등록이 있었던 벨에어를 꼽았다.
그러나 외식업 신규 등록 수 증가가 곧바로 업계의 전반적인 호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해인 2024년 LA 전체적으로 최소 314곳 이상의 음식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되며 폐업률도 적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과 경쟁 심화, 높은 렌트비나 인건비와 같은 운영비, 소비 위축 등이 장애물이 되고 있는데, 최근의 소비 위축에는 이민 단속과 같은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규모의 자영업 음식점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진입이 많지만,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식업체들도 많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예컨대 LA 한인타운의 대형 한식당 중 한 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과 저녁 시간대마다 손님들로 붐볐고 야외 패티오까지 늘려 운영할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손님이 감소하면서 패티오 좌석을 철거하기도 했다.
결국 LA 외식업계는 수치상으로는 분명히 확장되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훨씬 복잡하다. 크로스타운의 분석이 보여주듯, 외식업은 LA에서 유일하게 신규 진입이 활발한 산업이지만, 동시에 경쟁과 폐업도 함께 늘고 있는 구조다. 기존 식당들은 생존 자체가 성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LA 외식업계는 지금, 외형적인 르네상스와 실질적인 생존 전쟁이 공존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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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