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티브 강 ‘인사이드 미국’] 민주당의 집안싸움,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2025-06-12 (목) 12:00:00 스티브 강 전 한인민주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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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말,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애나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했다. 수백 명의 당원들과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당 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진을 선출했고,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행사장 곳곳에는 말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여전히 쌓여 있기 때문다.

전당대회 일정만 봐도 민주당이 현재 직면한 고민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연방 하원에 입성한 데이브 민 의원을 포함한 여러 정치인들이 연설에 나섰고,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군도 다양한 코커스 미팅에 참석해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었다. 아니, 눈에 띄지 않은 인물이다. 바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개빈 뉴섬 주지사다. 왜 그는 이 중요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뉴섬 주지사는 불참한 반면, 미네소타의 팀 월즈 주지사와 뉴저지의 코리 부커 연방 상원의원은 일부러 타주에서 날아와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이들 모두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자, 민주당 유권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정치적 요충지다.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전국적인 인물들을 배출해왔고, 늘 대선 후보군에서 이름이오르내리는 주이기도 하다. 전당대회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닌, 전국적 정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수백 명의 당원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기회이자,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플랫폼이다. 대선본선에서 선거인단 수는 크지 않게 작용할지 몰라도, 경선 국면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무게감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런 점에서 뉴섬 주지사의 불참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첫째, 그는 더 이상 캘리포니아 정치 내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임기도 1년 반 남짓 남은 만큼, 이제 시선은 2028년 대선을 향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최근 개인 팟캐스트 ‘This is Gavin Newsom’을 론칭하며 기존의 진보적 이미지를 넘어 보다 중도적이고 전국적인 이미지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둘째, 그는 캘리포니아의 진보적 정책들이 이제 전국 무대에서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즉, 타주의 유권자들, 특히 경합주의 중도층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다.

셋째, 민주당 내부의 갈등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당원들과 기존 정치권 인사들 간의 의견 차이가 팽팽하고, 대선 패배 이후 비전과 전략에 대한 정리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섬 주지사 입장에서는 이런 복잡한 내부 충돌에 굳이 뛰어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편, 공화당은 현재 백악관은 물론, 연방 상하원에서도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대법원도 보수 성향이 강해, 입법과 행정 전반에 걸쳐 민주당이 뚜렷한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에게 남은 유일한 전환점은 중간선거이며, 다수당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내 통합이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교통정리’가 절실하다. 집안싸움이 계속되는 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특히 데이브 민, 데릭 트랜 의원이 활동하는 캘리포니아 내 경합 지역은 언제든 공화당에 넘어갈 수있는 아슬아슬한 곳들이다. 작은 균열이 대선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2024년의 패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하나 된 메시지, 하나 된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더 이상 발목을 잡지 않도록, 이제는 진짜 ‘정리’가 필요하다.

<스티브 강 전 한인민주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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