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업주“계좌서 증발 은행은 나몰라라” 주장
▶ 수사는 제자리걸음 ‘분통’
한인 스몰비즈니스 업주가 온라인 해킹으로 비즈니스 계좌에서 무려 20만 달러를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어 금융 보안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업주는 해킹으로 인한 불법 이체 내역을 확인한 직후 곧바로 은행과 수사기관에 신고했지만, 양측 모두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제보자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21일 A씨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비즈니스 계좌에서 20만 달러 상당의 금액이 A씨의 승인 없이 정체불명의 계좌로 송금됐다. 당시 A씨는 컴퓨터로 업무를 보던 중 평소처럼 월말 정산을 위해 은행 웹사이트에 자신의 계정으로 로그인하려 했으나, 계정이 ‘프리즈(freeze)’ 상태로 전환돼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24시간 후 다시 시도하라는 안내가 있었고, A씨는 큰 문제로 여기지 않고 웹사이트를 닫았다.
그러나 이틀 뒤인 3월23일 일요일 오후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 A씨는 계좌 잔액이 거의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급히 휴대폰으로 거래 내역을 조회한 결과, 계정이 잠겼던 21일 오후에 낯선 계좌로 자신의 비즈니스 계좌에서 20만 달러가 송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한 다음 날인 3월24일 월요일 오전, A씨는 곧바로 은행 측에 연락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어 25일에는 은행 사기전담팀과 직접 통화했다. 전담팀은 송금된 자금이 텍사스에 위치한 한 은행 계좌로 이체됐으며, 해당 은행에서 “A씨가 송금한 것이 맞느냐”는 확인 요청을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송금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은행 담당자는 송금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함을 확인했다며 조만간 자금이 반환될 것이라고 전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러나 약 2주 후 A씨는 은행 측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통보를 받았다. “귀하의 컴퓨터를 통해 직접 접속해 송금한 것으로 판단되어 사기 피해로 인정할 수 없으며, 클레임을 기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A씨는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조사를 재요청했으나 두 번째 요청 역시 거부당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송금이 이루어진 텍사스 소재 트루이스트 뱅크에 계좌 관련 정보를 요청했으나 “법 집행 기관의 소환장 없이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현재 수사기관이 송금 계좌가 있는 트루이스트 뱅크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라며 “그러나 은행 측의 답변을 받기까지는 최대 90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은행 측에 피해 사실을 보고하는 한편 지역 경찰과 연방거래위원회(FTC), 연방수사국(FBI) 등 모든 가능한 경로에 정식으로 사건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건을 신고한 뒤 아무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FBI LA 본부를 직접 방문했다”며 “하지만 사이버 범죄 관련 상담은 현장에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수사관을 만나지도 못한 채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재 은행 측은 이 사건을 상위 부서로 이관한 상태다. A씨는 “은행 사기전담팀 담당자와 이메일로 연락을 계속 주고받고 있지만 ‘기다려 달라’는 원론적인 답변 외에는 실질적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정말 억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해킹이 어떤 경로로, 어떤 수단으로 이뤄졌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불안감이 크다”며 “영세 자영업자에게 20만 달러는 단순한 금액을 넘어 생업의 존폐가 걸린 중요한 돈이다. 그런데도 은행과 정부 기관 모두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듯해 매우 답답하다. 하루빨리 진전된 조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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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