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혼혈여성 낸시 고넨
▶ ‘H마트에서 울다’에 감명
▶ “그리운 가족·친지 찾고파”

단란했던 가족 사진. 오른쪽부터 아버지 얼 소렌슨(작고), 어머니 이월순(작고), 언니 루이스(작고), 낸시. [본인 제공]
“제 어머니는 이월순이라는 이름의 한국 여성입니다. 한국전쟁 와중에 가족과 생이별했고, 생전 내내 가족을 그리워했지만 결국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어요. 저는 어머니의 둘째 딸로,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한국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현재 이스라엘 라아나나에 거주 중인 낸시 고넨(Nancy Gonen·68)은 오는 9월 두 딸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목적은 단 하나, 한국전쟁 통에 가족을 잃은 어머니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낸시의 어머니 이월순씨는 강원도 출신으로, 1950년대 미군 얼 소렌슨과 결혼해 1956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큰딸 루이스는 1955년 서울에서, 낸시는 1957년 LA에서 태어났다.
“전쟁 중 가족과 헤어졌던 어머니는 자신에게 오빠와 어린 동생이 있었다고 말씀하셨죠. 가족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머니에겐 깊은 슬픔이 묻어났습니다.” 아버지 얼 소렌슨은 1977년, 어머니는 1979년, 언니 루이스는 2001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제 낸시 혼자만이 그 가족의 마지막 증인으로 남았다.
낸시는 이스라엘 출신의 남편을 만나 1982년 결혼했고, 1985년 이스라엘로 이주해 두 딸을 낳았다. 방송 미디어 기술회사에서 인사 관리자로 근무하다 은퇴했으며, 최근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오가며 손주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한동안 어머니의 아픈 과거를 외면하며 살았다. 그러나 몇 해 전, 한 권의 책이 그녀의 마음을 바꿨다.
“‘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와의 관계, 한국 음식, 정체성, 그리고 상실… 모두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 책이 제 마음을 열었고, 어머니의 가족을 찾아야겠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어요.”
낸시는 1955년 발행된 영문 번역 호적등본 한 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어머니 이월순 씨는 1933년 8월 14일 강원도 춘성군 동면 상규리 52번지에서 이태원·이순녀 부부 사이에 태어났고, 당시 가족의 주소는 강원도 홍천군 홍천면 와동리 663번지로 기록돼 있다.
낸시는 한국 정부기관, 총영사관, 도민회, 가족 찾기 관련 기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어머니의 고향이자, 아직 만나보지 못한 가족이 있는 땅입니다. 아무도 찾지 못하고 돌아오더라도, 이 여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께 드리는 늦은 선물이자, 제 인생의 마지막 퍼즐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연락처 gonen.nanc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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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