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들이 못다 이룬 꿈, 장학생들이 이뤄주길”

2025-06-10 (화) 07:57:25 정영희 기자
크게 작게

▶ 예일대에 한재혁 추모 장학금 설립

▶ VA 거주 부모 한창훈 목사 부부

“아들이 못다 이룬 꿈, 장학생들이 이뤄주길”
버지니아 출신으로 예일대 졸업 후 지난해 4월, 직장 업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한재혁(Timothy Han)군 추모 장학금이 모교인 예일대학교에 설립됐다.

추모 장학금(The Timothy Jaehyuk Han Award)은 올해부터 매년 모스 칼리지 졸업생 1명을 선발해 1천달러가 수여된다. 지난달 19일 예일대 졸업식에서 에스테반 아이작 피구어로아 학생이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장학금은 버지니아에 거주 중인 부모 한창훈 목사와 함윤기 사모(워싱턴 신학교 교수)가 24세의 나이에 요절한 장남을 추모하고 그의 지역사회 봉사와 공동체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했다.


함윤기 사모는 “재혁이는 늘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게 꿈이어서, 법률 공부를 하고 인권 변호사가 되어 약자들을 돕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만점에 가까운 LSAT 점수로 하버드 법대에 지원해 1차 필기 시험 통과와 동시에 매킨지에서도 합격 통지를 받아 고민했다. 평생 목회자로 살아 온 부모와 대학에 다니는 두 동생을 재정적으로 먼저 돕고, 2-3년 후 하버드에 다시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 비통하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과 슬픔 속에서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을 차세대들이 이루고 재혁이의 삶이 귀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제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학생은 한 군의 생전 발자취를 따라 ‘탁월한 지도력과 봉사정신, 섬김의 자세를 통해 모스 칼리지(Morse College)의 공동체 문화에 기여한 졸업생’에게 주어진다.

한군은 비교문학(Comparative Literature)을 전공하면서 예일대 투어가이드 팀장, 학교 신문사 고정 칼럼리스트, 모스 칼리지 기숙사 사감 및 신입생 전담 카운슬러로 활동했다. 2023년 졸업시 쿰라우드(Cum Laude)의 우수한 성적 뿐 아니라, 모스 칼리지 졸업생 중 단 한 명에게 수여되는 최고 모범상(The Best Character & Integrity Award)을 받았다.

한 군이 의장으로 활동했던 예일대 보수당(The Conservative Party) 건물에는 지난 4월 동문들의 주도로 그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 기념 벤치가 설치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최고의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 & Co.) DC 오피스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입사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 군은 비록 6개월 밖에 안되는 짧은 직장 생활 중에도 리더십, 뛰어난 공감 능력과 겸손으로 많은 직장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4년 여름에는 회사 전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1명에게 주어지는 최우수 사원상(Marvin Award)을 수상했다.

<정영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