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est friend인데 왜 Uncle이에요?” 손자가 물었다. 막내 동생이 뒤늦게 출산한 내 조카와 손자는 한 달 차이로 태어났다. 프리스쿨 Toddler 반부터 둘은 곁에서 놀았다. 성격이 많이 달라 부딪히는데도 서로를 이해하고 챙긴다. 쿵짝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 절친이다.
올해 그들이 18세가 된다. 성인이 되는 해이기에 의미가 크다. 운전도 할 수 있어 부모 도움 없이 다니며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특별히 가족을 떠나 독립해 타 주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한다. 그들의 거무스레한 턱수염, 우러러보아야 하는 키, 단단한 근육 이상으로 발전과 변화가 큰 해다.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비전을 갖는 나이다. 그렇듯 18세 자녀 생일을 거창하게 기념하는 이유다.
손자가 무언 가에 골몰한다. 삼촌의 아빠가 어제 대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분 위(stomach)에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지난 몇 달 동안 받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받았던 항암제가 효과가 없어서 임상실험 중인 새로운 약으로 치료를 시도했다. 그러나 CT상으로 암 크기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결과 점액성선암으로 CT에 안보이기에 개복수술을 해서 다른 장기에 묻어 있는 암을 제거해야 했다. 당일 새벽 5시에 입원해 밤 11시가 넘어 수술이 끝났다.
온 가족이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며 기도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런 어려움 중에 조카가 성인이 되는 생일날이라고 기뻐할 수 없는 처지이지 않은가. 삼촌의 마음을 읽은 손자가 생일파티를 자기 집에서 준비했다. Surprise! 하교하는 삼촌을 불러 깜짝 파티를 열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생일파티에 삼촌은 기뻐했고 감격스러운 시간이 되었다.
이제 둘은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다. 삼촌은 학교 회장으로 우수한 성적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밴드부 등의 과외활동, 자원봉사도 많이 했다. 그로 인해 응모한 여러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수여 받았다. 이민 가정에서 자라며 열심히 사는 부모의 모습을 보았고, 더욱이 아파도 견디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빠를 지켜보는 가운데 올차게 성장한 게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에 대한 믿음, 꾸준한 노력,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배우려는 태도가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열쇠가 된다. 앞으로 조카는 어떤 시련도 이겨내며 훨씬 강하게 자랄 것이다.
또한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걷다 보면,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 수술이 끝난 아빠 병실을 둘이 함께 방문한 사실을 전해 듣고, 그들이 대견스러웠다.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며 그들은 조금씩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서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실패를 겪었을 땐 위로를, 성공을 이뤘을 땐 진심 어린 축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솔직한 조언으로 일깨워 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 않겠는가.
함께 공부하며 배우는 기쁨을 나누고, 도전하며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렇게 거울이자 버팀목이 되어 혼자였다면 미처 알지 못할 넓은 세상을 함께 마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우정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성장 기록이 될 것이다. 두 베프가 마음껏 기개를 펴고 실력을 쌓아 주인의 쓰심에 합당한 귀한 그릇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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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 시인ㆍ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