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의분산 절도에 한인주택 털려

2025-06-05 (목)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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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라다 70대 한인에 정원서 말 거는 사이

▶ 공범 2명이 집안 침입 귀중품 등 5만불 피해

라미라다 지역의 한인 주택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의분산 절도’ 사건이 발생해 거액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용의자들은 정원을 손질하던 70대 한인 여성에게 말을 걸며 시선을 끌었고, 이 틈을 타 대기 중이던 공범 2명이 집 안으로 침입해 현금과 보석, 전자제품 등 총 5만 달러 상당의 귀중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근 남가주 전역에서 이와 유사한 수법의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남가주 전역에서 노인들을 표적으로 한 ‘주의분산 절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라미라다 지역에서 발생한 한인 피해 사례도 이와 유사한 범행 수법으로 확인됐다고 3일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16일 오후 2시께 라미라다에 거주하는 78세 한인 여성은 자택 앞마당에서 정원을 손질하던 중, 한 낯선 여성이 다가와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으며 피해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이 순간을 노린 공범 2명이 집 옆문을 통해 내부로 침입했고, 이들의 침입과 범행, 이후 도주 장면까지 모두 주택에 설치된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폭스 뉴스가 보도한 범행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범행에 가담한 여성들은 머리에 히잡 형태의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그 중 한 명은 마치 임신한 것처럼 보이도록 훔친 물건들을 자신의 드레스 안에 숨기는 치밀한 수법까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딸 김모씨가 개설한 고펀드미 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고가의 핸드백, 보석, 전자제품, 현금 등 총 5만 달러어치가 넘는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고, 범행 후 2004~2009년 식 흰색 또는 회색 셰비 에퀴녹스 차량에 탑승해 도주했다.

김씨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매우 조직적이고 사전에 면밀히 계획한 듯 치밀하게 움직였다”며 “어머니가 수년간 힘들게 모아온 귀중한 물건들을 순식간에 모두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어머니가 극심한 충격과 불신,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생활이 침해됐다는 깊은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고가의 현금과 보석류, 전자제품까지 도난당한 만큼, 이번 피해는 단순한 정신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가족에게 상당한 재정적 타격까지 안겼다고 밝혔다.

LA 카운티 셰리프국(LASD)은 이 사건을 포함해 최근 남가주 전역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건들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이러한 범죄가 대개 취약한 노인을 노리고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4~5명이 한 팀으로 움직여 한 명이 피해자의 주의를 끄는 사이 다른 공범이 집 안에 침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LASD는 주민들의 주의를 당부하며 ▲주택의 모든 문과 창문을 잠글 것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지 말 것 ▲도어벨 카메라 등 보안 장치를 적극 활용할 것 ▲의심스러운 행동이 보일 경우 즉시 법 집행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LASD는 이와 관련해 SNS를 통해 경고 영상을 게시하고 지역 사회 대상 홍보 회의를 진행 중이다. 김씨는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을 더 잘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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