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잔 최 변호사의 LIFE &] “태어남과 죽음, 그 삶의 한 가운데”

2025-06-05 (목) 12:00:00 수잔 최 한미가정상담소 이사장 가정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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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하는 법원 히어링(Hearing)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런데 그 날은 프리웨이를 달리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저 쪽 앞에서 경찰차가 지그재그로 차를 몰며 프리웨이 전체 레인을 막아선다.

갑작스럽게 모든 차들이 정차하고 내가 있는 구간은 프리웨이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가 없는 구간이었다.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고인가? 무슨 일이지? 10분이 지나도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계속 시간은 지나고 있었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법원에 늦겠는걸. 그리고 라디오를 통해 교통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저 쪽 앞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모든 레인을 막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어이쿠, 저런, 어쩌나, 조바심을 내던 내 마음이 너무 죄송스럽고 미안했다. 나는 곧바로 그 운전자의 영혼을 위해 짧게 기도를 올렸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 운전자의 죽음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오늘 이른 아침에 그도 집을 나서며 어떤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으리라. 그는 오늘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본인의 죽음을 맞이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그는 그가 오늘 가려고 했던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가 목적했던 삶의 목적지에 도착했을까?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 죽음이 온다는 것을 예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이 탄생과 죽음, 이 삶의 한 가운데서 우리가 우리 삶에서 어디에 있는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반복하는 분주한 생활 속에서 우리는 잠깐 멈추고 삶을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주도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의 삶이 다 했을 때 나는 찬란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는지?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할 수 있는지, 행복한 충만한 삶이었는지 내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행복을 주었는지? 사랑을 주었는지?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좀 더 친절했었는지? 서로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삶이었는지? 서로에게 공감해주고 선한 영향을 주는 관계였는지?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한 존재였는지?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받는 존재였는지? 서로에게 따뜻한 미소를 주었는지?

그리고 또 질문을 해야한다. 나는 내가 태어난 이유를 알아냈는지, 나를 알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내 삶을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는지, 그리고 좀 더 나은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 삶을 살아갔는지?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찬란하였는지 질문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찬란함은 거창한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무대에 서서 박수갈채를 받거나 모두 우러러 보는 사람이 되라는 그런 찬란함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좋겠지만, 우리 개인개인 모두는 그 존재로써 소중하고 위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삶의 매 순간이 반짝이는 그 순간의 찬란함을 뜻하고 있다. 그 고유한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순간들, 순간의 친절함, 선한 생각, 이타적인 행동 등등을 통해 순간순간 빛나는 모습이다.


단지 죽음을 두려워해서 이렇게 살으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유한한 삶이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순간의 삶이 고유하고 귀한 순간이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이다. 그래서 매 순간 감사하고 빛나게 소중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돈보다 귀한 시간이다. 돈은 잃어버려도 다시 돈을 벌 수 있지만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찾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시간을 어떻게 소중하고 잘 사는 시간으로 쓸지 고민해야 한다. 누구는 한바탕 꿈같은 삶이라고도 표현한다. 모든 것에 너무 연연하고 집착하거나 고통 속에서 살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의 삶에서 많이 경험하고, 사랑하고 받으며, 나의 삶의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찬란하고 행복한 충만한 삶이 되기를 우리 모두를 위해 축복과 응원을 보낸다.

이 삶의 한 가운데서 우리의 삶의 목적을 위해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길을 걸었다는 그 행복한 경험은 우리가 가지고 갈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이 삶의 한 가운데 찬란하길 바란다.

<수잔 최 한미가정상담소 이사장 가정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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