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알루미늄 관세율 25%에서 50%로 두 배
▶ 차값 최대 4,000달러↑
▶ 소비자들이 최대 피해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면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자동차 등 각종 제품들의 가격이 급등하게 됐다. [로이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철강 산업을 지키겠다”며 관세인상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작게는 통조림부터 크게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인상하기로 한 50% 관세가 4일부터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3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관세를 두 배로 올리겠다며 “이는 미국 철강 산업을 더욱 탄탄하게(secure)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 인상의 근거로 집권 1기 때인 2018년 1월 11일과 19일에 당시 상무장관이 자신에게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와 현 상무장관이 자신에게 제공한 최신 정보를 들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들 제품의 수입량과 조건이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두 배로 인상하면서 일부 철강업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단체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극도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이 사용되는 만큼 모든 제품의 원가가 상승하는 물가 쓰나미 효과가 나타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미시간 주립대 공급망 관리학과 제이슨 밀러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부과된 이후 주요 가전제품의 가격이 2018년 6월에서 2019년 4월 사이에 5~10%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인 2%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냉장고부터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은 철강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매우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 캠퍼스 경제학과 카일 핸들리 교수는 “25% 관세는 이미 높은 수준이었다”며 “50%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의 체감효과가 가장 큰 것은 자동차다. 자동차에서 무게 기준으로 가장 많은 재료를 차지하는 것은 강철로, 자동차 무게의 약 6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 비용 중 일부를 상쇄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제학 교수인 윌리엄 하우크는 “새로운 관세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2,0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관세가 인상되면 맥주나 청량음료 등 알루미늄 캔에 포장된 식품과 음료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가능성 있다. 전문가들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관세가 부과되면 식료품점에서 캔 수프나 소다 한 캔에 지불하는 가격이 약 1센트 정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하우크는 “그 자체로는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1년에 알루미늄 캔에서 소다나 맥주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생각해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금액이 쌓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맥주 산업 협회 에 따르면 알루미늄에 대한 이전 25% 관세로 인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음료 산업은 17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
캔 제조업체 협회의 로버트 버드웨이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제조업체들이 수입 자재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으며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하게 될 사람은 미국 가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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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