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선 투표현장 이모저모] 1만4,295개 투표소서… 동트자 유권자들 몰려

2025-06-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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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 “투표는 국민 의무”

▶ 피자집 등 이색 투표소도
▶ 관할 몰라 발길 돌리기도

3일(이하 한국시간)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본투표가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4시간 동안 일제히 치러진 가운데, 시민들은 새벽부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지정된 주소지 관할 투표소로 발걸음했다. 동사무소나 학교 등 관공서부터 피자집, 주차장까지 장소는 다양했다.

피자집 겸 카페인 서대문구 ‘고래한입피자’는 이날 하루 ‘이색 투표소’가 됐다. 투표 시작 30분 전인 오전 5시30분부터 시민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6시가 되자 대기 인원은 25명으로 불어나며 식당 건물을 빙 둘러쌌다. 그간 지역 투표소로 활용돼온 이곳은 손님을 위한 탁자와 의자는 모두 빠지고 기표대 4개가 들어섰다. 장애인과 어르신을 위한 임시 경사로도 계단 위에 놓였다.

가장 먼저 투표한 노한영(30)씨는 “지난 총선 때 줄이 너무 길어 일찍 왔는데 1번이 됐다”며 “늘 주민센터서 투표하다 이런 곳에서 투표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노씨는 “나라 안팎으로 아주 힘든데 눈앞의 자기 이익만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는 후보를 뽑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휴일임에도 출근을 앞두고 분주한 발걸음을 한 시민도 있었다. 김모(80)씨는 “오늘도 현장 일을 뛰는데 투표 먼저 하고 가려고 일부러 6시 전에 왔다”면서 “일해도 투표는 해야죠. 그게 국민의 의무”라고 말했다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도 오전 6시부터 유권자 150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운동복, 슬리퍼, 캡모자 등 편한 차림이 많았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투표장을 찾은 80대 노인, 부모님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중년층, ‘까치집 머리’를 한 채 부모 손에 이끌려 투표장을 찾은 아이들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오전 6시10분께 투표를 끝낸 한지훈(87)씨는 “무릎 수술을 받아 거동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며 “지도자의 판단이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는 걸 봤던 겨울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이곳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가 속한 선거구의 투표장이기도 하다.

두 딸과 투표장을 찾은 권선아(39)씨는 “정치도 경제도 어수선한데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하루빨리 국가가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후 120일 된 아들을 안고 투표장을 찾은 안성일(39)씨 역시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 고시촌인 노량진에 있는 노량진초등학교 투표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 운동장을 돌기도 했다. 투표소를 잘못 찾아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종종 보였다.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관할 투표소가 정해져 있다.

퇴사 후 경찰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고민혁(29)씨는 “투표권을 얻기 위해 앞선 세대 분들이 희생을 많이 하신 만큼 더 열심히 참여하려 한다”며 “다만 바로 옆 주민센터로 가야 하는데 투표소를 잘못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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