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며칠 후로 다가왔다. 6.3 대선이 끝나면 대한민국에는 새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누가 되든지 큰 기대를 하지말자. 그래야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다. 그동안 대선 후보자 토론회는 상대 비난과 과거 들추기, 헐뜯고 폭로하고 맞고발하느라 정작 어떻게 국민을 이롭게 할 것인가 하는 공약의 검증은 실종되고 말았다.
민간정책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 힘 김문수 대선후보 공약이 나라 빚과 청년세대 부담 통증을 안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다. 어차피 선거 때면 으레 나오는 공약(公約)이 선거 후에는 공약(空約)이 되어버리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재명이나 김문수 모두 금수저 출신이 아닌 가난한 집안에서 온갖 역경을 극복한 사람이니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어려운 국민들의 처지를 알아주겠지 하고 낙관하지 말자.
이번 대선이 보통 대선인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이다. 대선의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다. 승자보다는 패자에게 주목해야 한다.
패자는 대선을 위해 잠 못자고 쏟아부었던 열정과 시간, 자신과의 싸움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경선 과정이 목불인견(目不忍見: 하도 어이가 없어 참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나 꼴불견)이었듯이 결과를 놓고도 부정선거론이나 부정 개표라고 물고 늘어지지 말자.
승자가 정해지면 분하고 아쉽지만 내려놓아야 한다. 부러움과 시기를 버리고 그렇다고 자책하지도 말고 국민들에게 패자의 너그러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사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과가 참담할 수 있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앞으로의 삶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해야 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은 선거에서 지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2023년 대선에서 패배한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를 공식 인정하면서 미국 대선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이번 6.3대선에서도 미국처럼 패자의 멋진 승복연설이 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승자는 패자의 그동안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존중의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승자의 영광에만 취하지 말고 패자의 노력이 부끄럽거나 가볍게 여겨지지 않도록 배려와 격려가 필요하다.
12월초 계엄이후 파란만장하게 펼쳐진, 대국민이 참여한 진보와 보수의 집회에 각각 참여하여 목소리 높혔던 국민들은 누가 됐든 승자를 받아들여 한다.
비록 내가 원했던 자가 아니더라도 나타난 결과에 분노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죄송하다는 패자에게 “괜찮다”, “그럴 수 있다”, 격려의 박수를 쳐주어야 성숙된 국민이랄 수 있다. 승자는 패자에게, 패자는 승자에게 박수를 쳐주자.
우리나라의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그리고 탄핵당한 두 사람의 대통령. 그때의 지도자들을 살펴보자.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성군보다 폭군이 많았고 태평성대보다도 백성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기가 많았다. 다시 말하지만 새로운 지도자에 큰 희망을 갖지는 말자.
역사적으로 실패한 지도자들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오만했다. 독단적이고 폐쇄적이다가 결국 붕괴되고 말았다. 가장 바람직한 지도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국민을 살기 편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지도자가 유능해야 국민이 고생하지 않는다.
국민이 근심 걱정 없이 편한 마음으로, 좀더 바라면 지조와 신념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게만 해주면,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나가 집회를 하지않아도 된다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겠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다. 그다음이 사직이다. 가장 낮은 것은 군주다”고 했다. 군주는 백성을 위해 존재하며 통치의 근본은 백성을 존중하고 위하는 것이다.
이제 새 대통령과 새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국민 통합과 경제위기 극복, 한미협상 등등 할 일이 태산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이 할 일은 지지와 격려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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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