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주 ‘내 집 마련’의 꿈 멀어져…‘주거 지옥’ 독식

2025-05-28 (수)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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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는 ‘샌타바바라’ 차지
▶ 미시건 플린트보다 21배↑
▶ LA도 33.16점으로 ‘7위’
▶ 연소득 29만달러 넘어야

가주 ‘내 집 마련’의 꿈 멀어져…‘주거 지옥’ 독식
미 전역에서 주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살기 어려운 도시 탑 30곳’ 가운데 캘리포니아 내 도시가 무려 25곳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다 각종 규제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골든스테이트 중산층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월렛허브는 어떤 도시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간주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전국 300개 도시를 조시한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보고서는 주택 구입능력, 유지 보수비용 및 중간 주택가격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사용해 각 도시에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결정했다. <도표 참조>

미국에서 비용을 ‘살기 어려운 도시’ 탑 30곳 중 25곳은 예상대로 캘리포니아가 차지했다. 이 가운데 1위는 샌타바바라로, 평방피트 당 주택 평균 가격은 1,300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시건주 플린트의 61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1배 이상 비싼 금액이다. 총점으로 살펴보면 샌타바바라는 100점 만점에 22.63점을 기록했다. 샌타바바라는 300개 도시 가운데 주택 구입능력(home affordability)에서 꼴찌, 임대료 대 가격 비율에서 꼴찌에서 두번째를 차지했다.


감당할 수 없는 도시 2위는 LA 인근 샌타모니카가 차지했다. 평방피트 당 평균 가격이 1,200달러인 샌타모니카는 24.84점을 받았다. 3위부터 8위까지 모두 캘리포니아 도시가 차지했다. 3위는 버클리(30.2점), 4위는 코스타 메사(30.78점), 5위 어바인(31.05점), 6위 글렌데일(31.78점), 7위 LA(33.16점), 8위 버뱅크(33.45점)였다. 9위는 뉴욕주 뉴욕시로 34.68점이었다.

나머지 순위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13위, 35.57점), 매사추세츠주 보스턴(15위, 36.32점), 콜로라도 볼더(19위, 38점),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28위, 40.74점) 등을 제외하면 1위부터 30위까지 대부분의 지역을 캘리포니아가 차지하는 오명을 안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캘리포니아에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내 집 마련이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기득권층을 위한 특권으로 변모됐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들도 캘리포니아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고소득층만 가능하다는 통계를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 금융정보 제공업체 뱅크레이트의 최근 주택 구매력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가구당 연소득이 21만3,447달러로 미 평균(11만7,000달러)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는 워싱턴 DC(24만달러)와 하와이(23만5,638달러)에 이어서 미국에서 세 번째로 연소득이 많이 필요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필요한 연소득이 21만달러가 아닌 29만달러는 돼야 한다는 통계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다운페이먼트 10% 지불 기준 7,435달러에 달하는 월 페이먼트를 감당해야 한다. 연소득을 최소 29만7,417달러 이상 벌어야 한다는 얘기다.

캘리포니아에서 주택 매입을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는 주택 재고가 워낙 부족한 데다 고금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0년 발간된 캘리포니아 주택 및 지역사회개발국(CDHCD)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향후 8년간 최대 250만채, 향후 20년간 매년 22만채의 추가 주택 건설이 필요하지만 현재 신규 공급은 필요한 수량의 절반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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