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다가 후회하는 집

2025-05-22 (목) 08:30:05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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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축은 공간을 넓히는 일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집은 그 자체로 정이 들고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동네 분위기도 좋고, 이웃과의 관계도 편안하고, 굳이 흠을 잡자면 조금 좁다는 정도… 그럴 때 많은 집주인들은 뒷마당쪽으로 확장하거나, 2층을 덧붙이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 선택 자체를 문제 삼고자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증축하느냐’이다.
많은 경우, 증축을 계획하는 집주인들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한다. 물론 현실적인 판단이고,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설계의 본질이 사라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건축 설계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닌 이상, 머릿속에 그려둔 구조를 그대로 도면으로 옮기고, 방/화장실의 위치와 크기만 대충 그려 넣은 채 시공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형식적인 도면은, 결국 공간의 본질을 담지 못한 채 외형만 확장하게 된다.


예를 들어, 2층을 증축하면서 계단의 위치를 잘못 잡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계단은 단순한 이동통로가 아니라, 집전체 동선과 공간배치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구조에 어긋난 계단은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증축자체를 후회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것이 옷장의 크기다. 방만 넓히고 옷장은 미처 고려하지 않은 채 시공에 들어가, 막상 거주를 시작하고 나서야 불편함을 깨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은 공간 하나가 주는 실용성과 만족감은 결코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처음 계획한 예산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시공 도중에 예상치 못한 변경과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난방시스템( HVAC)과 같은 기계 설비에 대한 정밀한 계산 없이 급하게 설치한 경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엔 시원하지 않은, 에너지 비효율적인 집이 되어버린다. 결국 집은 넓어졌지만, 살기에는 더 불편해지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다.

저는 부동산 현장에서 오랜 시간 수많은 사례를 보아왔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증축은 ‘가성비’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삶의 질을 좌우할 중요한 선택이라는 것. 부디 공간을 넓히는 고민을 하시기 전에, 그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먼저 설계해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그 길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손길과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후회 없는 집은 설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의 (703)928-5990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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