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국 문제는 ‘메트로역’이었다

2025-05-21 (수) 04:27:02 라디오서울 뉴스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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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한복판, 윌셔와 웨스턴이 만나는 지점. 지난 수년간 노숙자, 약물 중독자, 정신질환자들이 몰려들며 시민의 공간이었던 광장은 사실상 점령당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놀랍도록 깨끗해진 모습에 시민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

5월 21일, 본지 취재진은 후속취재차 윌셔-웨스턴 메트로 광장을 다시 찾았다. 광장 앞에는 두 명의 메트로 앰배서더와 두 명의 메트로 시큐리티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현재 상황을 묻자, 이들이 이곳을 지키는 이유는 지하철역이 임시 폐쇄되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메트로역 문 닫으니 광장도 살아났다?
LA시와 메트로 측은 경찰 배치와 순찰 강화를 통해 광장 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LAPD 윌셔 관할서가 중심이 되어 청소와 순찰을 강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변화의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메트로 지하철역의 임시 폐쇄다.

광장은 지하철역 입구와 엘리베이터 앞을 중심으로 각종 문제의 온상이 되어왔다. 출입이 자유로운 메트로역은 노숙자들의 주요한 진입 경로였고, 화장실과 쉼터로 오용되어 왔다. 그런데 공사로 인해 메트로가 문을 닫자, 그 경로가 사라졌다. 불청객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다.

윌셔-웨스턴, 더 이상 환승의 중심 아냐
현재 윌셔-웨스턴은 지하철 노선의 임시 종착역이다. 즉, 그 이후로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 이로 인해 일종의 병목현상이 발생하며 역 주변에 각종 인파가 몰렸고, 사회 취약 계층의 유입도 집중되었다. 광장 기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비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하철역의 문이 닫히자 사정이 바뀌었다. 통로가 사라지자 사람도, 문제도 사라졌다. 메트로 없는 광장은 비로소 시민의 광장으로 회복된 셈이다.

시사점
이 사건은 단순한 거리 미화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인프라가 사회 문제의 흐름을 어떻게 결정짓는가에 대한 실증적 사례다.

지하철이라는 공공 교통 수단이 때로는 범죄와 무질서의 진입로가 되며, 구조적인 도시계획 부재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LA시와 메트로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히 치워내는 방식이 아니라, 어디로, 왜, 누구를 위한 공공 공간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할 때다.

메트로 라인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베버리힐스, 웨스트 우드, 산타모니카 까지 뻗어가게 되는지 과연 부유한 지역의 주민들이 대규모 홈리스와 마약중독자들의 유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라디오서울 뉴스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