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저농축 우라늄 농축만, 국제 감시도 허용”…미국은 전면폐기 요구
이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즉각적인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전량 폐기하고 저농축 우라늄 활동만 지속하도록 합의할 의사가 있다고 14일 밝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고 정치·군사·핵 고문인 알리 샴하니는 이날 미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건이 맞춰진다면 당장 오늘이라도 합의문에 서명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샴하니 고문은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모든 경제 제재를 즉각 해제하는 조건으로 이란은 앞으로 절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이며, 현재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도 전량 폐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민간 용도의 저농도 우라늄만 농축하는 것에 동의하고, 국제사회의 감시도 허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조건이 맞춰질 경우 오늘이라도 합의문에 서명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시작한 이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으로부터 나온 가장 명확한 입장 표명이라고 NBC는 전했다.
샴하니 고문은 합의 타결이 "여전히 가능하다"면서 "만약 미국이 자신들이 말한 대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전력 생산 등 민간 용도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 활동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인터뷰는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에 핵무기 포기와 협상 타결을 압박한 이후에 이뤄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하길 희망한다"면서도 협상 불발 시 이란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위협했다.
회유와 위협을 오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샴하니 고문은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그는 올리브 가지에 대해 말하지만, 우리는 그걸 본 적이 없다. 그저 가시철조망뿐"이라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란은)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영 TV 방송에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가 여기 와서 구호를 외치고 우리를 겁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한테는 순교가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달콤한 일이다. 어떠한 괴롭힘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미국에 핵협상 돌파구로 아랍 국가 및 미국 등이 참여하는 핵농축 합작 벤처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전면 폐기하라는 미국에 대한 역제안으로, 이란 내 핵 프로그램이 민간 용도로 운용되는지 감시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합작 벤처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