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45~50%로 낮춰
▶ 관세율은 여전히 높은 30%
▶ “불필요한 공급망 차질에 투자자·기업들 불안 계속“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90일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미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12일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경제침체 위기를 완전히 피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중 관세 휴전은 며칠 전 상황에 비하면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관세는 여전히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불확실성은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진행한 양국은 90일간 상호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하고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다. 치킨게임을 벌이며 대치하던 양국이 전격 합의하자 시장은 환호했지만 이미 손상된 신뢰와 무역 흐름을 하룻밤에 회복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 경제에서 이처럼 짧은 시간 사이 수많은 충격이 몰아친 전례가 없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거나 대응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CNN 방송은 지적했다.
일단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피터 부크바는 이날 ”다행히 양측이 모두 크리스마스를 구하기로 했다“며 ”미국 측은 많은 중소기업의 실존적 위기에 귀를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세재단의 에리카 요크 부사장은 이번 미중 합의에 대해 ”미국 경제에 곧 닥칠 재앙적인 결과를 막았다“며 이는 트럼프 경제팀이 대중 관세 145%가 얼마나 재앙이 될지 깨달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CNN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매장의 텅 빈 선반과 무역 전쟁 심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의의 결과물인 대중 관세율 30% 역시 올 초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중국, 영국과 체결된 무역 협정을 바탕으로 미국의 유효관세율을 13.7%로 추산했다. 이전 21.3%에 비하면 내려갔지만, 여전히 1910년 이후 가장 높다.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수준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내년 이 시기엔 미국 물가상승률은 1%포인트(P) 이상 오르고 국내총생산(GDP)도 1%P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도 완화되긴 했지만 사라진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마크 잔디는 올해 미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까지 높였다가 현재는 45% 수준으로 추산했다. 미중 합의에도 침체 가능성을 확 낮추지는 않은 것이다.
미시건대 저스틴 울퍼스 경제학 교수도 미국의 무역 정책과 경제 전망이 ”어제보다 오늘 훨씬 나아졌다“면서도 ”오늘의 상황은 취임식보다는 훨씬 나쁘다“고 적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 해방일’이라 부르며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실제로 모든 관세가 발효된다면 미 경기 침체 가능성은 75%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제 그 가능성을 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는 CNN에 ”전혀 불필요한 공급망 차질이 발생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관세라는 무기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특정 부문의 관세는 여전히 남아있고, 목재, 반도체, 의약품, 구리, 주요 광물, 트럭에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추가 관세 위험을 고려해 향후 1년간의 경기 침체 가능성 55%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파격적인’ 수준의 관세 인하에도 전례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기업들은 계속 불안한 상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