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재욱의 워싱턴 촌뜨기

2025-05-13 (화) 08:07:24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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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타 정의 오디오북 세계로의 초대

. 한인계 작가 태 켈러의 아동소설을 몇 해 전에 읽은 적이 있다. 뉴베리 대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강나은 역, 돌베개)으로 한글번역도 나왔으니 굳이 책 소개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니, 뉴베리 골드 메달이면 따로 소개가 필요 없다. 이제껏 뉴베리 책 손에 든 뒤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소개가 아니라면 뭔가? 그냥 신이 나서다. 노다지를 캤으니까.

포맷을 오디오북으로 택했는데, 책 읽어주는 나레이터가 너무너무 좋은 거다. 내 귀에 딱 맞춤한 보청기다. 글을 잘 써서도 그렇겠지만, 영어가 쏙쏙 들어온다. 중간 중간 우리말 호칭 역시 자연스럽다. 특히 다정스런 그 부름, 할머니! 디즈니 만화영화 ‘코코’에서 미겔이 수시로 불러대는 아부엘라처럼. 미나리에서도 그렇고 우리의 할머니는 이제 영어 안에 들어온 것 같다.

혹시 해서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인계다. 그레타 정(Greta Jung). 할아버지가 그레타 가르보의 팬이었을까, 2세 배우다. 게다가 우리 정씨!!! 화면으로 익은 얼굴은 아닌데 발성이 탁월한지 그가 읽은 오디오북이 많다. 그 리스트를 따라가다가 같이 작업한 2세 작가들을 무더기로 만났다. 고구마 줄기 털듯, 금맥을 찾았다! 그 이름을 불러본다.

Lyla Lee, I’ll Be the One(K-Pop 소재의 십대 소설. 2020년)
Alexandra Chang, Days of Distraction (로코 만듬직한 청춘 소설. 2020년)
Ellen Oh, Finding Junie Kim(청소년물, 한국전쟁 등장, 2021년)
Aram Kim, No Kimchi for Me(아이들을 위한 5분짜리 짧은 김치 소개 및 김치부침개 레시피, 2017년)
Nancy Jooyoun Kim, The Last Story of Mina Lee(리스 위더스푼 추천, 전쟁고아, 모녀…, 2020년)
June Hur, The Silence of Bones(19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역사 미스테리, 2020년. 역시 조선시대 배경의 The Forest of Stolen Girls 도 2021년 출간)
Jessica Kim, Stand Up, Yumi Chung! (고기 냄새 몸에 베어 놀림받는 코리안 바베큐 식당 십대 딸의 오디션 도전, 2020년)
Suzanne Park, Loathe at First Sight: A Novel(풍자 가득 성인 소설, 2020년)
Yoojin Grace Wuertz, Everthing Belongs to Us(70년대 학생운동 소재, 이 책은 딸이 사줘서 읽었다)
Axie Oh, XOXO(첼리스트를 꿈꾸던 소녀와 한국에 돌아가 K-Pop 스타가 된 소년의 태평양을 사이에 둔... 2021년)
Jimin Han, A Small Revolution(펜실베이니아 대학교정에서 벌어진 인질극으로 전개되는... 2017년)
Mi-ae Seo, The Only Child: A Novel (범죄심리학자와 연쇄 살인범이 펼치는 스릴러, 2020년)
Steph Cha, Dead Soon Enough(엘에이의 사립탐정 주니퍼 송의 3부작, 2015년)
Michelle Min Sterling, Camp Zero(기후변화에 살아남은 자들의 기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한인 이민자의 딸, 2023년)
Mary Lynn Bracht, White Chrysanthemum
(일본 강점하에 위안부로 끌려가 헤어진 해녀 자매의 역정, 영국 거주 이세 작가, 2018년)
Jen Frederick, Heart and Seoul(백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한인 입양아 딸이 성장하여 뿌리를 찾아 서울에 와서 맞는 한바탕의 로맨스. 입양 작가, 2021년)
Esther Yi, Y/N(케이팝 아이돌 가수에 집착하는 베를린 거주 코리안 아메리칸 여성이 서울에 와서 벌이는… 2023년)
Susan Lee, The Name Drop(유진이라는 동명이인의 청춘남녀가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2023년)


나로서는 대부분 처음 대하는 작가들이다. 한 배우의 목소리로 담은 오디오북만으로도 이렇게 풍성하니 얼마나 더 많은 2세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가. 놀랍고 뿌듯하다.

여기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같은 뿌리를 지닌 작가들이 안겨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내 딸만 해도 마리 명옥 리를 통해 책을 좋아하게 됐다. 대학교에 가서는 모교에 상주작가로 온 작가와 조우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영어로 번역된 한국소설들에도 그레타 정의 목소리가 얹어진다.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한강의 소설들을 그레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제주 4.3을 다룬 소설로 올 1월에 영역이판이 나온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 Part), 샌드라 오를 비롯해서 여러 2세 성우/배우들이 함께 읽은 ‘소년이 온다’(Human Acts), ‘희랍어 시간’(Greek Lessons). 한강의 소설 외에도 맨부커 상에 이름 오른 K-호러물 정보라의 ‘저주토끼’(Cursed Bunny), 권여선의 ‘레몬’(Lemon), 박소영의 SF ‘스노볼’(Snowglobe)이 있다.

늘 시간 없음에 아쉬워 하는 터라 열거한 작가들을 다 읽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다만 리스트는 이렇게 간직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이 리스트가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기에 열거한 영어 오디오북은 페어팩스 공립도서관에서 대부분 갖추고 있다.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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