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요 칼럼] 연어와 가물치

2025-05-13 (화) 12:00:00 박영실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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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만남과 관계가 있다. 그중에서도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특별한 관계다.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 부모님을 향한 자식의 효심은 어떤 이야기라도 아름답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감정은 사랑과 희생, 공감 능력이다. 그것이 상실된 세상이라면 얼마나 삭막할까.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동영상 중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물고기 이야기가 있다. 연어는 물고기 중에서 모성애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물고기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희생한다. 알을 낳은 후 한쪽을 지키고 앉아 있다가 부화 되어 나온 새끼들에게 자기 몸을 내어준다. 새끼들은 아직 먹이를 찾을 줄 몰라 어머니의 살코기를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새끼들이 맘껏 자신의 살을 먹게 내버려 둔다고 한다. 새끼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어미는 결국 뼈만 남게 된다. 은밀하게 행해지는 연어의 희생보다 위대한 모성애를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연어와 상황이 다른 가물치가 있다. 가물치는 알을 낳은 후 바로 실명하기 때문에 먹이를 찾을 수 없어 배고픔을 참을 수밖에 없단다. 부화 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안다고 한다. 어미가 굶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 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다가 시간이 지나 어미가 눈을 뜰 때쯤이면 남은 새끼의 양은 십 분의 일조차도 안 된다고 한다. 새끼들은 자신의 어린 생명을 어미를 위해 희생한다. 한 마리의 연어와 가물치조차도 자신을 내어주고 희생을 불사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1828~1910)는 그의 소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물질적인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인간이 살아가야 할 이유와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미하일 천사가 지상에서 풀어야 할 세 가지 문제를 인간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결국, 인간을 살게 하는 힘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자기애가 충만하고 이기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부모가 자식을 지나치게 희생적으로 양육하면 심리적으로 의존하거나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자녀가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 부모를 책임지는 경우가 있다. 삶은 수학 공식처럼 살아지는 게 아니다. 때때로 불가항력적 변수나 복병을 만나는 상황도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서로에게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서로 돌아보고 살피되 너무 의존적이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관계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톨스토이의 소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알 수 있듯 인간이 살아갈 힘의 원천인 사랑을 회복하고 건강한 관계를 정립하면 어떨까.

<박영실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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