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킨슨병,‘10초 서 있기’만으로 진단한다

2025-05-13 (화)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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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한 고령화… 65세 이상 환자 수 93%

▶ 파킨슨병 환자와 일반인 정적 균형 분석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성 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 있는 움직임 분석만으로 파킨슨병 진단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 파킨슨병 조기 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병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해당 질환 환자 수는 2014년 8만4,333명에서 2023년 12만5,526명으로 약 50% 가까이 늘었다. 그중 65세 이상 환자가 전체의 93% 안팎이다. 지난해 초고령사회(고령자 비율 20% 이상)에 들어선 만큼 파킨슨병 환자는 향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존 진단법은 환자의 증상 관찰과 병력 청취, 약물 반응 평가를 통해 진단해 평가자의 주관 개입으로 진단 객관성·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 파킨슨병 환자군 188명과 건강한 대조군 22명, 총 210명을 대상으로 보행분석장비를 이용한 10초 정적 균형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환자와 일반인 사이에 37개의 세부 움직임 차이가 관찰됐으며, 특히 몸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는지, 몸의 균형을 제대로 유지하는지, 미세한 떨림 등은 없는지 등에 대해선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이런 내용을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해 10초 동안 서있는 동작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파킨슨병 진단을 내릴 수 있는 AI를 만든 것이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도파민 신경세포 감소로 운동장애가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현상과 근육이 뻣뻣해지는 경직이다. 걸을 때 한쪽 다리를 끌거나 보폭이 짧아져 종종걸음을 걷게 되기도 한다.

연구에 참여한 경희대병원 신경과 안태범 교수는 “10초 동안의 정적 균형 테스트만으로도 파킨슨병의 존재 여부와 진행 단계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걷기나 움직임 기반으로 진단하는 기존 방법 대비 간편하면서도 객관성이 높아 예측을 통한 조기 진단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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