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서 ‘콘클라베’ 개막
▶ 첫 투표날 교황 선출 불발
▶ 성 베드로 광장 인파 가득
▶ 역사적 현장 보기 위해 몰려

7일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7일 시작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첫 투표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지 못했다. 현지시간 이날 오후 9시(LA 시간 12시 정오)께 콘클라베가 열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교황 선출 불발을 알리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33명의 첫 투표에서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었다는 뜻이다.
교황청은 새 교황이 선출되면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아니면 검은 연기를 피워 투표 결과를 알린다. 추기경들은 오는 8일부터는 오전 오후 각각 두 차례, 하루 최대 네 차례 투표해 제267대 교황을 뽑게 된다.
외신들은 전례에 비춰 8일 또는 9일 투표에서 교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열 차례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에 걸린 기간은 평균 사흘 정도였고 닷새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도박사들은 교황청 서열 2위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탈리아), 개혁파로 분류되는 루이스 안토니아 타글레 추기경(필리핀) 순서로 많이 베팅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경우 표심이 다른 후보로 옮겨가면서 지리·언어적 배경과 교리에 대한 공감대에 따라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이날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사이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길게는 반나절 가까이 광장에서 기다려온 이들은 검은 연기를 확인하자 썰물처럼 순식간에 광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는 로마 주민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모인 가톨릭 신도들이 물밀듯 몰려와 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 찼다.
청중들 가운데는 망원 카메라를 챙겨왔거나 휴대전화 화면을 줌인 기능으로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고정한 이도 많았다. 혹시나 흰 연기라도 솟아오를까 싶어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이 간절했다. 광장에는 슬로바키아, 폴란드 국기를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자국 출신 교황이 탄생하길 염원하는 마음이다.
첫날이라 교황 선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을 테고, 이러한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여기는 듯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실망감보다는 긴 여운이 자리하고 있었다. 광장에서 검은 연기가 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안드레아 보나파티는 “첫날엔 교황 선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건 없다”며 “내일이면 새 교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미소로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전 세계의 목소리를 고루 담을 수 있도록 세계 각국에서 추기경을 뽑았다”며 “그 뜻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국제적인 비전을 가진 교황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