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의 칼럼] 알코올성 간 질환

2025-05-08 (목) 12:00:00 이영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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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친 음주는 만성 간 질환을 유발

대다수의 미국인은 건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의 음주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여러 가지 적신호를 줄 수 있다.

자동차부품업에 종사하는 30대 후반의 정 모 씨는 최근 피로감을 느껴서 인근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혈액검사상 간 수치가 증가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 씨는 황달이나 복통 등의 증상은 없었고 소변의 색깔이 변하는 것도 없었다. 과거에 질병을 앓거나 수술한 적 없이 아주 건강한 편이었고 현재 복용하는 약물도 없었다.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술은 일주일에 2∼3회 보드카와 위스키를 마시는 애주가인데 일단 마시면 혼자서 위스키 한 병을 마신다고 한다. 또 과거에 술을 끊었을 때도 있었는데 당시 금단 증상은 없었다.

정씨의 검진상 혈압이나 맥박은 정상이었고, 다른 이학적 검사상 간이 약간 커져 있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소견이 없었다. 혈액검사상 간 수치를 나타내는 AST가 200IU/L(정상수치 50 이하)으로 증가했고, ALT도 80IU/L(정상수치 55 이하)으로 역시 증가해 있었다. 바이러스성 간염 검사나 다른 혈액검사도 모두 정상이었다.

일단 정 씨의 질환은 알코올성 간 질환(alcoholic liver disease)으로 진단하고, 술을 완전히 끊도록 하고 2주 후에 간 기능 검사를 다시 받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12,000명 이상이 술로 인한 만성 간 질환으로 사망한다.

술로 인한 간 질환을 살펴보면 별다른 증상이 없이 진행하는 지방간(fatty liver)부터 알코올성 간염(alcoholic hepatitis), 심한 황달이나 복수, 혼수 등을 동반하는 말기 간경화증 등이 있는데 이런 다양한 만성 간 질환이 만성 알코올 섭취로 발병한다. 또 음주 습관은 B형 간염과 같은 바이러스성 간 질환의 진행을 빠르게 하기도 한다.

지방간은 과음 후에 생기는데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증상은 없지만 간이 조금 커져 있거나 혈액검사상 간 수치가 조금 증가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은 실제로 간에 염증이 있어서 대개 지방간보다 간 수치가 더 증가하고 황달이나 미열, 피로감 등을 동반할 수 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간경화증은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이 10∼20년 이상 지속될 경우 생길 수 있는데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인한 경화증과 증상이 같고 예후도 유사하다.

알코올로 인한 만성 간 질환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말기가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기 혈액검사로 간 질환의 징후가 나타날 경우 금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직 내과 (213)383-9388

<이영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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