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음식은 진심입니다”… LA에 한정식의 품격을 세우다

2025-05-07 (수)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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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식당’ 주부권 대표·정성희 셰프
▶ 한인은 물론 주류사회에 ‘K-푸드’ 자부심

▶ 부부·일가족 운영 한식당만 10여개 달해
▶ 사회환원 장학금 사업에도 45만달러 기부

[인터뷰] “음식은 진심입니다”… LA에 한정식의 품격을 세우다

한정식 전문 ‘정식당’을 오픈한 주부권 대표(오른쪽)와 정성희 셰프 부부는 고객들이 정통 한정식의 매력에 빠져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노세희 기자]

“음식은 결국 마음이죠. 그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손님에게 절대 음식의 맛이 전해지지 않습니다.” 지난 3월, LA 한인타운 웨스턴 길(210 N. Western Ave., LA)에 문을 연 한정식 전문 식당‘정식당’의 주부권(61) 대표와 정성희(60) 셰프 부부는 인터뷰 내내 ‘진심’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했다. 깔끔한 느낌의 실내, 수채화로 채워진 따뜻한 벽면, 정갈한 음식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부부의 인생 이야기이자 철학이 깃든 공간이다.

주 대표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2남4녀 중 넷째로 태어나, 중학생 시절부터 자취를 하며 자립심을 길렀다. 대학 재학 중에는 ‘한백종합상사’를 창업해 지금까지 4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던 건 친구 아버지께서 주신 장학금 덕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받은 도움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장학금은 45만달러에 이른다.

이들 부부가 요식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결혼 이후인 2009년부터다. 주문진 출신인 아내 정성희 셰프는 2000년대 강원도 춘천에 ‘동해곰치국’과 ‘동해막국수’를 열었고, 이후 2015년 미국에 이주해 남편 주부권 대표와 함께 오랫동안 비어 있던 LA 한인타운 ‘칠보면옥’ 자리에 ‘형제갈비’를 시작했다. 2022년에는 해당 건물을 매입해 자영업자에서 건물주로 올라섰다. 특히 2023년에는 건물 외벽에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벽화를 그려 지역 주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정식당 외에도 ‘춘천숯불갈비/동해막국수’ 1호점(2018년)과 2호점(2020년), 그리고 2022년에 문을 연 ‘보릿고개’까지, LA 일대에 꾸준히 식당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2022년 11월,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로 춘천숯불갈비 1호점이 전소되며 큰 아픔을 겪었다.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된 현장을 보며 눈물이 나더군요. 하지만 다시 일어나야 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정식당’이라는 이름의 재탄생이었다.

정식당의 메뉴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전식으로는 흑임자죽과 야채 샐러드가, 메인요리로는 갈비찜, 돼지불고기, 떡갈비 등이, 그리고 각종 전류와 반찬, 후식으로 한과와 매실차까지 정성이 깃든 한상차림이 제공되는 한정식 A코스(1인당 49.99달러)는 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다. 여기에 소머리수육과 전복, LA갈비를 추가한 B코스(69.99달러), 간장게장과 장어구이까지 더한 정식당 스페셜(99.99달러)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식당 내부에는 정 셰프가 직접 그린 수채화 작품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밝은 색감의 그림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삶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은 그림들이에요. 손님들이 음식뿐 아니라 정서를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들 부부의 가족들은 모두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형 주문권씨는 ‘청담바베큐’와 ‘진솔국밥’ 3곳, ‘이조캐터링’을 운영하며 최근에는 ‘청기와’ 식당 인수를 준비 중이다. 여동생 주금숙씨는 가든그로브에서 ‘청담바베큐’와 ‘원가네부산돼지국밥’을, 막내 주금희씨는 ‘진솔국밥’ 1곳과 ‘상록수캐터링’ 사업을 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같은 업에 종사한다는 건 큰 축복이죠. 서로 도우며 버틸 수 있었던 힘이었어요”

이제 주 대표의 다음 목표는 ‘B&S 장학재단’의 설립이다. 자신의 이름 부권과 아내 성희의 이니셜을 딴 이름이다. 주 대표는 “사업은 결국 삶의 수단일 뿐입니다. 제가 가진 것을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 남은 인생의 목표입니다. 특히 모교인 강릉제일고와 강원대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

정식당 전화 (323) 378-5258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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