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가 뒤집은 캐나다 민심… 집권당 역전드라마

2025-04-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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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 20%p 열세 자유당

▶ 3개월만에 뒤집기 재집권
▶ 카니 ‘트럼프 대항마’ 부각

트럼프가 뒤집은 캐나다 민심… 집권당 역전드라마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8일 총선 후 자유당 행사에서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승리하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카니 총리는 유례 없는 외교·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총리직을 유지함으로써 관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적한 국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카니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의 배신을 잊지 않겠다며 무역전쟁에서의 승리를 다짐했다.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는 하지만 인기 추락으로 고전하던 자유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속에 역전 드라마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인의 반미정서를 자극하면서 인기가 곤두박질쳤던 자유당의 지지율을 급반등시킨 가장 큰 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캐나다의 차기 총리는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1년 넘게 자유당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2015년부터 9년 넘게 캐나다를 이끌어온 당시 트뤼도 총리는 갈수록 인기가 추락하고 있었다.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인한 불만의 화살은 고스란히 당시 집권하고 있던 트뤼도 총리를 향했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의 리더십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관세 위협 직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간 트뤼도 당시 총리는 재임 1기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총리’ 대신 ‘주지사’로 호칭되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굴욕적인 말을 들었다.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린 트뤼도 총리는 결국 지난 1월 초 사임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로 반등하기 시작한 자유당의 지지율은 후임 당대표로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선출되면서 극적으로 튀어 올랐고, 얼마 뒤에는 보수당 지지율을 추월했다.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캐나다의 주권을 짓밟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되풀이된 게 캐나다인들의 반트럼프 감정, 반미정서를 부추긴 게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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