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임 본보 논설위원, 철저한 고증·자료 수집 뒷받침
▶ 빛바랜 낡은 일기장 모티브 20여년 걸쳐 완성

꿈”

민병임(사진)
1900년부터 2000년까지 지난했던 한국 역사 속을 살아간 3대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꿈”이 뉴욕 한인 언론인에 의해 출간됐다.
뉴욕한국일보 오피니언난에 ‘살며 느끼며’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민병임(사진) 논설위원이 최근 출간한 “꿈”(소소리 출판)은 오래전 1942년과 1943년에 쓰여진 빛바랜 누런 낡은 일기장 한 권이 모티브가 됐다.
이 일기장은 저자가 손에 넣어 집필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란 긴 세월을 거치며 한편의 대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역사소설과 같은 한 권의 창작소설로 재탄생했다.
여기에는 철저한 고증과 여러 자료와 역사책을 통한 쉼 없는 자료 조사 및 수집이 뒷받침됐다.
경상북도 영덕을 배경으로 한 겨울철 토끼몰이로 시작되는 책은 기름이 둥둥 뜨는 토끼고기 국물이라도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민초들의 삶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평생 한 신념을 지키며 사느라 제대로 된 식사와 잠자리를 마다하며 일제하에서 수시로 서대문 형무소를 드나들고 해방 후 혼란한 정국에서 자신의 사상을 펼치고자 북으로 가야 했던 가장 이명근, 그리고 혁명가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가족애가 넘쳤던 아버지, 자녀의 등록금을 걱정하는 평범한 아버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오랜 세월 연좌제로 고통받으며 모진 세월을 살았던 그의 딸 영이, 좌우대립의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영이의 딸 지유로 이어지는 3대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남북 분단, 6.25 전쟁과 현대에 이르는 격동의 세월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423쪽에 달하는 소설에서 1부는 혁명가 이명근의 시각으로 조국은 무엇인지, 과연 꿈은 이뤄진 것인지, 가족이 이데올로기를 앞서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사유하게 하고 특히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애절한 삶이 절절이 녹아 있다. 2부는 이명근의 외손녀 이지유의 시각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바라본다.
아버지가 북으로 간 후 남한에 남겨진 영이의 삶은 가난하고 감시로 점철됐지만 어린 6남매가 배곯지 않게 엄마로서 보여준 치열한 삶은 사투에 가깝다.
저자는 “이 책은 앞에 있는 자가 아닌 뒤에 있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평생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살았으나 역사에서 묻혀버린 사람, 이산가족 찾기에서 드러내놓고 가족을 찾을 수 없는, 뒤에서 울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강자에 대한 관심보다는 약자와 소외된 자, 뒤에 있는 자들,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소설을 쓴 민병임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1980년 잡지사 여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며 1989년 도미해 뉴욕한국일보사에 입사해 35년간 근무했다. 본보 민병임 칼럼 ‘살며 느끼며’ 코너를 통해 지금까지 1400여 편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1997년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입상한 후 2022년 ’문학시대‘ 신인상에 당선됐고 1997년 소설 ‘생명’으로 미동부한인문인협회 신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칼럼집 ’족발이든 감자든‘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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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