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과 갈등’ 뮬러 추기경 “이단적 교황 나오면 재앙”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 선출을 앞둔 가톨릭교회에서 교리를 우선시하는 보수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톨릭 보수파의 지도자적 존재인 게르하르트 뮬러 추기경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통파 교황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교회가 두 갈래로 쪼개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진보적 성향의 성직자가 가톨릭의 수장이 되면 교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뮬러 추기경은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정통과 이단의 문제"라면서 "매일 언론 반응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이단적인 교황이 선출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후임 교황이 세상의 박수갈채를 받겠다는 목적으로 가톨릭교회를 단순한 인도주의 단체처럼 만들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톨릭 신앙은 교황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교리,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모두 교리보다 포용과 자비를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출신인 뮬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생전 그의 개혁 정책이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7년 당시 바티칸 신앙교리부 장관이었던 뮬러 추기경이 '이단'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자신을 비판하자 장관직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뮬러 추기경은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는 서적까지 출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공산당이 자체 임명한 주교를 승인하기로 협약한 것을 나치 독일 시절 아돌프 히틀러와 바티칸과의 우호 관계에 비유하면서 "악마와는 협정을 맺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뮬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전 세계 언론의 높은 평가를 언급하면서 "추기경들이 언론 보도에 지나치게 휘둘리면 안 된다. 진리 안에서 교회를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수 진영의 목소리가 실제 콘클라베에서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가톨릭 신자 사이에서도 교리와 전통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특히 미국의 보수파 가톨릭 신자 일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로저 스톤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대한 언론의 우호적 보도에 "역겹다"는 표현과 함께 "그는 정당한 교황이 아니고, 성경과 교리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미국 가톨릭 신자의 58%가 낙태와 성(性) 정체성에 대해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공화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