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빚내서 빚갚는다… 회사채 이달 1.6조 순발행 4년래 최대

2025-04-22 (화) 12:00:00 이덕연·김병준·김우보·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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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는 민평금리 넘어 ‘오버발행’

▶ 조달액 전액 채무상환에 쓰기도

산재해 있는 경영 리스크가 당분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량을 늘리며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달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금액)은 약 1조6,000억 원인데 4월 회사채 순발행액이 1조 원을 넘긴 것은 코로나19로 경영 리스크가 증가하고 저금리에 유동성이 넘쳤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일부 기업은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책정한 기업의 고유 금리)를 크게 웃도는 고금리로 채권을 ‘오버 발행’하며 빚으로 빚을 갚고 있어 중장기적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17일 회사채 순발행액은 1조 6477억 원으로 2021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채 순발행액은 2022년 1,295억 원, 2023년 7,285억 원을 기록한 후 2024년에는 -3조9,156억 원으로 채권 발행량보다 상환량이 많았다. 월말 발행 예정 물량이 만기 물량보다 많아 이달 순발행액은 2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회사채 순발행액의 경우 지난해 14조6,158억 원에서 올해 16조2,165억 원으로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수 기업은 회사채를 늘려 단기 부채를 갚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6일 발행한 6,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조달 자금 전액을 기존 채무 상환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이 차환하려 하는 채무는 모두 만기가 1주일~3개월인 단기 기업어음(CP)이다.


이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22일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말 4,000억 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발행액 전부를 사채 및 기업어음 차환 용도로 쓸 계획이다.

일부 기업은 시장이 평가한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내면서까지 발행량을 늘리고 있다. 1,000억~2,000억 원의 회사채 조달을 계획했던 포스코이앤씨는 수요예측 흥행으로 16일 2,000억 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는데 민평금리 대비 25~30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의 이자율을 채권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덕연·김병준·김우보·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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