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좌, 범죄 이용됐다” 속아
▶ 30만불 자산 옮겼다가 피해
▶ 주식처분 세금까지 ‘억울’
▶ 은퇴자 불안감속 주의해야
갈수록 정교하고 교묘해지는 수법으로 무장한 ‘피싱’ 사기가 미국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연방기관을 사칭하거나 긴급 상황을 조작해 은퇴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전 재산을 사기당하는 것은 물론 피해 과정에서 수만 달러에 이르는 세금까지 떠안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한인들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워싱턴주 올림피아에 거주하는 70대 여성이 한평생 일하며 모은 전 재산을 사기범들에게 모두 날리고, 피해 과정에서 수만 달러의 세금까지 부담하게 됐다고 시애틀 지역 방송 킹5(KING 5)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4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바브 퍼트넘(73)은 지난해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의심스러운 링크를 클릭한 뒤 시작된 이른바 ‘테크 스캠’에 속아 은퇴자금 30만 달러를 모두 잃었다.
퍼트넘은 지난해 7월 페이스북을 사용하던 중 메신저 바로가기인 줄 알고 의심스러운 링크를 클릭했고, 이후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며 작동을 멈췄다. 화면에는 시스템이 손상됐다는 경고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뜨기 시작했고, 메시지에 표시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지원팀’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자를 사칭한 사기범이었다.
사기범은 퍼트넘에게 “당신의 계정이 아동 음란물 거래에 사용되고 있다”며 FBI 수사관과 연락하라고 또 다른 번호를 줬다. 이어 연결된 또 다른 사기범은 FBI 수사관을 사칭하며 “계정이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보유 중인 자산을 모두 현금화해 특정 계좌로 옮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퍼트넘 씨는 의심 없이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은퇴 자금 30만 달러 전액을 인출해 해당 계좌로 이체했고, 이후 금화로 바꿔 지정된 장소에 전달하면서 결국 전 재산을 모두 잃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를 더욱 좌절시킨 것은 올해 3월 연방 국세청(IRS)으로부터 날아온 3만 달러의 세금고지서였다. 사기범들의 지시에 따라 은퇴 자금을 주식에서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회계상 약 24만3,000달러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된 것이다. 퍼트넘은 “수익이 난 게 아니라 사기를 당한 건데, 세금까지 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설령 사기 피해를 입증해도 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퍼트넘의 사례처럼 컴퓨터 해킹을 악용한 ‘테크 스캠’ 외에도, 영사관을 사칭한 피싱 사기가 미주 한인들을 겨냥해 확산되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법은 한국 공관 대표번호로 발신번호를 위장한 뒤, 영사를 사칭해 “한국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피싱 앱 설치나 가짜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기범들은 실제 공관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공식 사이트와 흡사한 가짜 웹페이지를 만들어 피해자들이 쉽게 속아 넘어가도록 만든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공지를 통해 “대사관 출두를 요구한 뒤 담당자를 바꿔가며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한국 공관은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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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